▲ 박미경 전태일재단 기획실장

“그러니까 여자들은 더 미치는 거죠. 간이화장실에 거품 나오는 변기가 있잖아요. 근데 그것도 관리가 안 돼서 똥이 꽉 차 있어요. 변기 안에만 오물이 있는 게 아니라 뚜껑에도 똥이 묻어 있고. 여자들은 오줌 참다가 방광염에 걸리고. 생리 때는 나가기를 포기하는 현장도 있어요.”

7년 차 마루 시공 여성노동자 김아무개씨(46세)는 건설 현장 화장실을 설명하며 진저리를 친다.

내 똥은 못 누고 남의 똥은 치우고

재작년 똥칠갑을 한 뉴스가 막 쏟아졌다. ‘인분 아파트’였다. 건설노동자들이 파렴치범으로 지목됐는데, 원인 없는 결과가 있을 리 없다. 고용노동부도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건설 현장의 화장실 설치기준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순간뿐이다.

건설노동자 중에서도 마루·도배·타일 등 실내 작업을 하는 노동자의 용변권이 더 방치되는 게 현실이다. 공사가 시작되면 간이화장실이 설치된다. 멀더라도 부족하더라도. 그런데 실외 공사가 끝나면 화장실을 철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도로포장이며 조경공사 등이 이유다.

김씨가 며칠 전 일했던 400여세대의 주상복합건물 건설 현장이 그랬다. 노동자가 150여명 됐는데, 컨테이너 화장실 한 동에 달랑 ‘포세식’ 소변기 1개, 남녀 구분된 대변기가 각 한 개씩 있다. 얼마 전까지는 컨테이너 화장실이 두 동이었는데, 조경공사가 시작되며 한 동이 자취를 감췄다. 올 2월부터 시행되는 시행규칙은 ‘화장실(대변기)은 남성 근로자 30명당 1개 이상, 여성 근로자 20명당 1개 이상 설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씨가 있던 현장은 법규 위반이다. 그런데 과태료가 500만원 이하. 웬만한 간이화장실 설치비용보다 싸다.

마루 시공 노동자들은 다른 작업자들의 흔적으로도 고통을 받는다. 마루를 깔기 위해 들어서면, 예외 없이 악취가 진동한다. 화장실 변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실내 구석구석에 똥오줌이며 쓰레기가 있다. 마스크 쓰고 마루만 깔면 되지 않냐고? 이 작업의 전제조건은 청결한 바닥이다. 마루 시공 노동자들은 소위 말하는 평 떼기로 한 평 작업에 1만원을 받는 식이다. 똥 치우라고 난리 피우느니 직접 빨리 치우고 한 평이라도 더 까는 수밖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한두 시간 공짜 노동에 남의 배설물까지 치워야 한다.

똥통 속의 장미

건설 시공사든 마루 회사든 도급업체든 사람이 먹고 싸는 걸 쥐어짜면 안 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굴지의 마루 회사 사장들은 화장실에 안 가고 사나. 마루 시공하는 사람들은 노동자가 아니고 원천징수 3.3% 내는 사업소득자라서 나 몰라라 해도 된단 말인가. 우리도 일당 받고 세금 내고 4대 보험 들어가며 일하고 싶다는 거다. 물론 용변도 보면서. 정부가 건설노조 때려잡는 열성의 반의 반만 기울여도 이런 부조리는 진즉 사라질 것이다.

김씨의 휴대폰에는 똥오줌 사진이 넘쳐 난다. 전국의 마루 시공 노동자들이 보내온 건설 현장 화장실 사진이다. 제보받은 사진들을 모아 노동부에 보내려고 한다. 용변 문제에는 여성이 더 불편하다. 알리기에도 민망하지만, 바로잡겠다고 입술을 깨무는 김씨. 당연히 마루노동자 권리찾기에 두 팔 걷고 나섰다.

빵과 화장실의 정의를 찾아 김씨는 스스로 나섰다. 오는 3·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전태일재단과 노회찬재단은 그에게 풀빵과 장미를 보내려고 한다. 지금 당장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일하는 곳에서 가깝고 깨끗한 화장실일 터인데,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이 몹시 부끄럽다. 산업화에 민주화도 거쳤다. 대한민국이 이제 똥오줌 정도는 가릴 나이는 되지 않았나.

전태일재단 기획실장 (mgpark20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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