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법원은 2019년 4월18일 전원합의체를 열어 파주시 지역 소재 택시회사가 택시노동자와 2010년 개정된 최저임금법 6조5항(이 사건 특례조항)을 적용을 앞두고 실근로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줄이는 합의를 한 것은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그 후 전국 곳곳 택시 운전기사들은 택시회사를 상대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최저임금 미달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2020년에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는데, 그때 첫 노동사건이 바로 위에서 설명한 택시 운전기사들의 소송이었다.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이 사건 특례조항 적용을 회피한 택시회사를 상대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청구하는 소송(이른바 택시 최저임금 소송)이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68쪽에 달했고, 대법관 9명의 다수의견과 대법관 4명의 반대의견, 대법관 4명의 보충의견들이 나뉠 만큼 치열한 논증이 기재돼 있었다. 판결문은 초짜 변호사였던 필자에겐 마치 한 권의 “법학서” 같이 느껴졌고 “치기 어린 마음”에 어떤 의견이 더 논리적으로 정교한 지 “평가”하고 위 판결문을 “공부”하며 사건을 검토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필자가 그 시절을 회상하며 “법학서” “치기어린 마음” “평가” “공부”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 당시 변호사로서 판결과 사건을 대하는 본인의 자세가 그리 바람직하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법리의 논리적 정합성에 몰두하느라 위 판결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담당 사건에 집중해 담당 사건의 사실관계와 실체적 내용을 파악하고 위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 적용될 수 있다면 담당 사건에서 강조할 부분과 추가로 증명할 부분은 무엇인지 더 고민하지 않았다. 그 사실관계에 따라 판결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음에도 담당 사건의 사실관계와 실체를 더 깊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필자는 지금도 택시 최저임금 소송에서 택시 운전기사들을 대리하고 있다(물론 위에서 언급한 사건과 동일한 사건은 아니다). 하지만 4년 전과 지금, 택시 최저임금 소송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제법 달라졌다.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아니라, 담당 사건의 사실관계, 실체적 진실에 보다 집중하고자 한다. 담당 사건의 사실관계와 실체를 깊이 이해하고 각 사건이 가지는 유불리 지점을 구분해 개별 사건마다 주장 증명에서 집중하려 한다. 택시 최저임금 소송 각 사건의 고유한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판결을 바라며 택시 운전기사의 대리인이자 담당변호사로서 사건에 집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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