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사회 이행을 위해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시중은행의 탈석탄 선언과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금융경제연구소는 27일 ‘탄소중립 선언 3년, 국내 은행권의 성과와 한계’를 주제로 삼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농협은행은 2020년과 2021년 사이 탈석탄을 선언했다. 세부 내용은 은행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030년까지 15조원에서 50조원 규모의 화석연료 신규투자 중단 등 친환경 금융 목표액을 내놓고 있다.

발표 3년이 지난 성적표는 어떨까. 시중은행들은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선언과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기존 투자는 유지한다는 의미다. 정책금융기관 중에는 IBK기업은행만 탈석탄을 선언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은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지원 금액과 비중을 되레 증가시켰다.

친환경 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표기에 대한 강제력 있는 규제가 없는 상황이어서 금융기관의 친환경 금융 수준을 객관적 수치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시중은행의 내부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 폭이 미미하거나, 되레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주요 5대 은행은 내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40년부터 전면 감축하고, 외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50년까지 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금융기관이 직접 소유하는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외부에서 구매해 사업장 내에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간접적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금융기관 내부배출량 추이를 살펴봤더니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만 감축 성과를 나타냈다. 농협은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상배 연구위원은 “지속가능 금융의 핵심은 녹색 전환을 위한 금융인데도 지난 3년 주요 은행의 환경 관련 후속 조치와 성과는 기대 이하”라며 “특히 화석연료산업과 관련을 맺고 있는 금융배출량 추이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행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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