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I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임금을 비롯한 노동환경 수준이 높으므로, 대기업 규제를 풀고 중소기업 지원을 줄여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도한 대기업 규제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꼽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00명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2022년 기준 5~9명 사업체 임금은 300명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하고, 비교적 큰 규모인 100~299명 사업체의 임금도 71%에 그친다”며 “임금외 다른 근로조건도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일자리 비중 OECD 기준 최하위권

우리나라는 30명 미만 사업장의 고용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높다. 2021년 기준 사업체 규모별 일자리 비중을 살펴보면 전체 종사자 45.6%가, 임금노동자 50.8%가 30명 미만 사업체에서 일한다. 250명을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2021년 국내 250명 이상 기업 고용 비중은 14%로 최하위권이다. 독일(41%)이나 스웨덴(44%), 영국(46%), 프랑스(47%), 미국(58%) 같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연구진은 대형 사업체 고용 비중이 적은 것이 임금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고영선 KDI 선임연구위원은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의 경우 법정의무에도 30명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 3분의 2는 제약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용노동부 2023년 조사에 따르면 5명 이상 1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가운데 22.3%는 출산전후휴가와 관련해 필요한 사람 중 일부만 사용 가능하고 11.6%는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10~29명 규모 사업장에서는 같은 응답 비율이 각각 17.1%, 5.9%로 조사됐다. 육아휴직도 마찬가지로 5~9명 사업장 29.2%와 10~29명 사업장 30%는 “필요한 사람 중 일부만 사용가능”하다고 답했고, 5~9명 사업장 23%와 10~29명 사업장 19.2%는 “필요한 사람도 전혀 사용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입시경쟁·여성고용 단절 등 사회문제 원인

이런 대형 사업장 일자리 부족이 과도한 입시경쟁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임금과 근로환경 격차가 크다 보니 (대기업 입직을 위해) 좋은 대학에 가려고 사교육이 발생하고 부모의 자산 격차에 따라 대학 입시 결과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부의 대물림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여성 경력단절도 부족한 대기업 일자리 탓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에서 모성보호제도를 활용하기 어려운 현실과 함께 경력단절 이후 돌아올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고 선임연구원은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시 일자리 질은 대체로 하락해서 2023년 여성가족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비중은 36.7%가 감소하고 임시근로자와 고용원 없이 일하는 자영업자 비율은 각각 9.4%, 16.4%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셈이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안 좋은 일자리 자체가 여성 퇴직을 유도하고 재취업을 방해한다”며 “서울시여성재단 조사에 따르면 경력단절 여성이 일을 그만둔 이유 중 임신(21.3%)과 출산(19.8%), 육아(13.9%)가 55%를 차지했으나 근로조건도 26.1%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개별 요인으로는 근로조건이 출산과 육아 관련 항목보다 높게 나타난 셈이다.

“중소기업 지원하고 대기업 규제하면 성장 안 해”

다만 대기업 일자리 부족 문제 해소 대책은 논쟁적이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규제 완화와 중소기업 지원 축소를 주장했다. 그는 “사업체 규모는 정부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부분이나 제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해 여러 지원을 제공하는 반면 대기업에 규제가 부과된다면 기업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유인이 적어 규모를 키우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남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규제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대기업 경제력 집중 관련 정책을 꼽았다. 그는 “사회정책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사업체 규모 차원에서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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