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민주노총은 22대 국회의원 총선 요구안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민주노총은 22대 국회의 핵심 역할을 불평등·양극화 해결과 노동자·시민 권리보장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차별 없이 일할 권리 △죽지 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사회 공공성 강화·시민 생존권 보장 △한국사회 체제 전환 5대 영역 40개 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요구안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등 그동안 민주노총이 요구해 왔던 노동정책들이 망라돼 있다. ‘주 4일제 도입’ 요구도 포함돼 있었다. 주 4일제라니 순간 감개무량했다. 내 가슴은 20여년을 한번에 되짚고 들어가더니 온갖 감정이 주제할 수 없이 올라왔다.

1999년 5월 ‘주 40시간 쟁취 결사대’로 상경 노숙투쟁하던 금속노동자들이 떠올랐다. 5월13일부터 15일까지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조합원들이 서울로 올라와 2박3일 동안 용산, 여의도, 대학로, 종로, 명동 일대에서 집회시위와 노숙투쟁을 벌였다. 연맹 소속 120여개 노조에서 ‘정리해고 철폐 40시간 쟁취 결사대’로 8천여 조합원이 참여했었다. 당시 노조에서 상근했던 변호사는 나 혼자였다.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해야 했다. 대학로에서 종로 거리로 안전모를 쓴 채 일제히 밀어닥친 결사대의 행렬은 강렬했다. 전·의경 등 경찰과 충돌하면서 40여명이 체포·연행돼 서울시내 경찰서들을 밤새 돌면서 접견하고 다녔다. 이 나라에서 주 40시간제가 노동자투쟁으로 제기했던 것인데, 이 투쟁으로 문성현 위원장 등 당시 연맹 집행부 6명이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상태에서 명동성당에 피신했다. 이후 변호인으로서 형사재판에서 투쟁을 변호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주 40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2004년부터 시행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상이 내 기억에 있는, 토요일 4시간까지 주 6일제였던 근무형태를 오늘 주 5일제 근무형태로 변경시켰던 투쟁이고 입법이다.

그동안 변호사로 나는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 타령하며 살아왔다. 이 나라 법에서 근로시간으로 쓰는 노동시간은 노동자에게 자유고 권리라서 무엇보다도 관심을 갖고 주장하고 변론해 왔다. 통상임금 문제를 연구해서 발표하고, 소송한 것도 그 때문이다. 연장근로 등의 법정수당 지급기준인 통상임 제도는 법정외 초과근로에 대한 것이라서 법정근로시간을 전제로 한다. 연장근로 등 법정외 근로를 법정근로에 대한 가산 지급으로 제한한 것이 법정수당 제도라고 파악하고 주장하고 변론했다. 그러나 통상임금 사건의 승리가 곧바로 이 나라에서 노동시간 문제의 해결은 아니다.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사용자가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사용하는데 커다란 부담을 줄 수 있겠지만, 그 부담을 무릅쓰고 사용자가 사용하는 걸 막지는 못한다. 결국 이 나라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법정근로시간을 포함한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제도의 개폐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주 4일제 도입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2. 이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민주노총 요구안을 살펴보자.

첫째, 주 4일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기후위기를 비롯한 복합위기 대응을 위해서, 산업전환과 기술변화에 따른 저성장과 고실업 상황에 일자리를 나누는 방안으로 정부와 사회적 지원을 통해 보편적인 주 4일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노사정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계획을 수립해 전 사회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 노동시간 상한제와 휴식권 보장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건강권 및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하루 10시간, 주 48시간, 월 200시간, 연 1천800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 ‘노동시간 상한제’를 명확히 규정할 것을 요구했다. 야간노동, 휴일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는 주간노동보다 휴게시간을 늘려야 한다. 휴일노동의 경우 연간 휴일·휴무 일수를 보장하고, 현행 대체휴무 제도를 보완해 주말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주말휴식권을 강화하는 등으로 보편적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 연장근로 제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요구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것이다. 1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더라도 1일 법정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연장근로이며 이 연장근로가 1주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3. 주 4일제는 정부와 사회적 지원을 통해 보편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고 노사정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한다는 것이 민주노총 주장이다. 과연 법적으로 주 4일제 보장을 요구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요구안에서 명시적으로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노동시간 상한제 등에 관한 것과 최근 대법원 판결에 대응한 연장근로에 관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 4일제가 어떻게 노동시간 단축으로 나타나는지 내용이 없다.

이와 별개로 민주노총이 하루 10시간, 주 48시간, 월 200시간, 연 1천800시간을 초과할 수 없는 ‘노동시간 상한제’를 요구하는 점에서, 노동시간 상한을 초과하지 않는 주 4일제 도입을 말하는 것으로 읽힌다.

글쎄다. 하루 10시간씩 주 4일로 몰아서 일하도록 한다면 주 4일제를 도입했다고 말할 수 있기는 하겠다. 그런데 그런 걸 이 나라 노동운동이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요구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민주노총은 주 4일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 요구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요구안을 읽어도 현재 하루 8시간씩 주 5일로 일하는 것에서 하루 8시간씩 주 4일을 일하게 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그저 노사정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계획을 수립해 실시하도록 하고, 하루 10시간, 주 48시간, 월 200시간, 연 1천800시간을 초과해서 일하지 않게 노동시간 상한제에 관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연장근로 제한에 관한 입법 요구도 연장근로 자체 제한보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른 사용자의 형사책임 면제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서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요구로 보기 어렵다.

4. 나는 근로기준법 50조에서 하루 8시간, 1주간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을 이 나라에서 법정근로시간, 즉 노동제를 선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벌금 2천만원 이하 형사처벌한다. 국가가 노동자의 근로시간 상한을 정해서 사용자에 대해 불법행위는 물론 범죄행위로 다스리겠다는 선언이 아닐 수 없다.

근로기준법 50조를 다시 읽어보라.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을 초과해서 사용자는 노동자를 사용하지 못한다. 법 규정을 있는 그대로 읽은 당신은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제는 150년 전 미국 시카고 노동자 총파업의 요구인 8시간 노동제에서 출발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오랜 노동운동 역사를 거치며 하루 8시간에 주휴일을 제하고 1주간에 48시간이었다가 44시간, 40시간 등으로 단축됐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하루 8시간, 1주간 48시간에 관한 근로시간제 규정도 이런 노동제에 관한 요구와 결과다. 그러니 규정된 근로시간을 초과해서 사용할 수 없다고 법정근로시간·노동제로 법을 해석하고 집행해야 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는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도 당사자 합의로 1주간에 12시간까지 연장근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 53조로 단협이든, 관행이든, 뭐든 당사자 합의면 하루 8시간, 1주 48시간, 44시간, 40시간 등 근로기준법 50조가 규정한 시간을 초과해서 연장근로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해 집행한다. 그로 인해 근로기준법 50조는 이 나라에서 법정근로시간, 노동제로 기능할 수 없게 됐다. 이 나라에서 근로시간은 당사자 합의로 정하는 것이라서 당연히 근로기준법 50조는 당사자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에 대해서 하루 8시간, 1주간 40시간으로 제한해 규정한 것이지, 무슨 강제노동, 노예노동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노동제로 보면 53조는 말이 되지 않는다. 나는 단연코 법정근로시간, 노동제의 무지에서 비롯된 엉터리 입법이고 해석이라고 본다.

그런데 오늘 나는 주 4일제, 노동시간 상한제 등에 관한 민주노총의 요구에서도 노동제에 관한 올바른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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