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전략조정본부 국장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신설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조항이 2019년 7월16일 시행된 이후 고용노동부로 접수된 사건은 2023년 4월 말 기준 2만6천955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19.3건의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고용노동부에 접수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중 취하 등을 제외한 근로감독관이 실제 조사·수사한 사건은 1만1천220건으로 감소하지만 그럼에도 하루 평균 8.2건에 달한다. 게다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조항인 근로기준법 75의3에 의하면 직장내 괴롭힘은 사용자에게 신고하고 사용자가 조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부에 접수된 사건 외에도 수면에 드러나지 않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까지 고려하면 직장내 괴롭힘은 더욱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직장내 괴롭힘이 근로기준법에 신설돼 이 법의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제외되는 현실을 차치하고서라도 괴롭힘 금지법에 적용되는 노동자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대표적으로 ‘객관적 조사’의 담보를 들 수 있다. 현행 법령은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접수되거나 발생 사실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해 ‘객관적으로 조사’ 실시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 조사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다. 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의 주된 가해자인 관리자 또는 상급자와의 유착, 성별이나 연령, 교육 수준 등에 대한 편견, 피해자와 적대적 관계 등으로 중대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더 심각하다.

대체로 현장에서의 직장내 괴롭힘 사건의 처리는 내부 조사기구를 가동하거나 사용자가 외부 노무사나 변호사 또는 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내부 조사기구가 사용자 편향적으로 구성되거나 평소 사용자에게 자문해 오던 외부 전문가 자문의 연장선에서 직장내 괴롭힘을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 사용자의 의도대로 직장내 괴롭힘이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사용자가 가해자 친화적이거나 인적속성에 대한 편견, 피해자와의 적대적 관계에 있는 경우 ‘객관적 조사’를 담보할 수 없다. 조사 주체를 정할 때 피해자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객관적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어떠한 문제도 없다. 직장내 괴롭힘의 조사과정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역할로 규정하고 있고 객관적 조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를 위해 내부 조사기구 구성할 때 반드시 피해자가 지정한 조사위원을 포함해야 하고, 직장내 괴롭힘 사건을 외부에 위탁할 때는 객관성을 위해 사용자를 대리하거나 자문한 기관을 선임할 수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게 사용자를 대리한 기관을 선임해야 한다면 반드시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런 내용을 근로기준법 또는 시행령에 포함해야 한다.

유노조 사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더 적극적으로 직장내 괴롭힘 해결에 개입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한국노총 조합원 1천6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한 조합원 중 노조가 사건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비중은 15.7%에 불과하다. 직장내 괴롭힘을 개인이 감내해야 할 사건으로 치부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직장내 괴롭힘이 노동시장의 주요 문제로 대두되면서 괴롭힘은 노조가 대응해야 할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되었다. 단체협약으로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전 직원 대상 예방교육뿐만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할 때 심리적으로 불안한 조합원을 위해 노조 간부의 동석 또는 대리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의 회복을 위한 심리상담과 의료비의 지원 등도 요구된다. 대외적으로는 법 개정을, 대내적으로는 단협 등을 통해 직장내 괴롭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시급하다.

한국노총 전략조정본부 국장 (jhjang8373@inoch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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