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일반노조 명일지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물류업무를 하는 하청노동자들이 하루에 3만보를 걷고 12시간 일하는 등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려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촉구했다.

서비스일반노조 경기지부와 명일지회(지회장 이재범)는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도 높은 ‘걷는 노동’으로 하지정맥류·족저근막염을 비롯해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많은데도 원청 삼성전자와 하청업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명일에서 일하는 물류노동자들은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운반할 때 쓰는 풉(FOUP) 여러 박스를 대차에 싣고 한 라인에서 다른 라인으로 옮기는 일을 한다.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며 대부분 서서 일하는 탓에 하지정맥류·족저근막염 등 각종 다리·발 질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본지 2023년 10월4일자 2면 “만보 걸으면 건강에 도움, 3만보 걸으며 일한다면?” 참조>

하루 평균 3만보 이상을 걷는다는 A씨는 2022년 양쪽 다리 하지정맥류 시술을 받은 뒤 지난해 11월 산재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덜 걷는 포장업무에 배치됐던 A씨를 지난해 12월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기존 업무로 재배치했다는 게 지회의 설명이다.

지회는 A씨에 대한 일방적인 부서 이동뿐만 아니라 열악한 노동환경과 관련해 산재신청 등을 통해 공론화했는데도 사측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재범 지회장은 “사측은 만보기를 통해 현장 노동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걷는지 실태를 확인하겠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1명당 압박스타킹 1개를 지급한 것 외에 이렇다 할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사측에 노동환경과 산업안전 실태 관련 정보를 요청하는 공문을 16일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과도하게 ‘걷는 노동’에 대한 산재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애초에 A씨도 처음에는 산재 불승인 처분을 받았고 이후 이의제기 절차를 거쳐 산재로 인정받았다. A씨와 같은 업무를 하다 발바닥 섬유종증 진단을 받은 B씨의 경우 같은 상병으로 산재승인을 받은 선례를 참고해 산재신청을 했지만 최근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비슷한 질환을 겪고 있는 노동자가 적지 않은 만큼 지회는 노동부에 걷는 노동 실태 관련 사업장 감독을 실시하고 구체적인 산재 기준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