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7일째인 26일, 의료현장에서 의사 업무를 떠맡은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진료 파행에 따른 환자 피해와 보건의료노동자에 대한 업무 전가가 심각하다며 정부에 신속히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최희선)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들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을 위협받고, 병원 노동자들은 의사업무를 떠맡는 등 불법의료행위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학병원 간호사들은 전공의가 떠난 의료현장에서 간호사 등 병원 노동자들이 업무공백을 메우느라 불법의료에 내몰리거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지방 한 사립대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PA간호사들이 이번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로 더 많은 의사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의사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대리처방을 하고, 의무기록 작성을 비롯해 침습적인 처치(체내로 들어가거나 신체 절개·관통이 필요한 치료)나 응급환자 발생시 심폐소생술까지 하고 있다”며 “업무는 계속 늘어나고 수혈과 각종 동의서 작성, 봉합 제거나 수술 부위 소독 등 모든 과에서 전공의 업무가 위임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외래의 경우 연장근무가 많이 발생하고, 전공의 부재로 인한 시술 및 진료 취소 전화 업무도 과중되고 있다”며 “PA 간호사들은 근무형태가 변경돼 주말에도 출근하고 평일에도 야간근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료 파행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서울 한 사립대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B씨도 “환자를 강제 조기퇴원시키고 수술도 50% 이상을 줄이고 있다”며 “위·중증 환자들은 간호사만 남은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교수들이 도착하기 전 간호사들이 제세동기를 가동시켜야 하는 위급한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의사에게는 즉각 환자 곁으로 돌아올 것을, 정부에는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까지 내팽개쳐 환자를 사지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며 “즉각 환자 곁으로 돌아가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 달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엄벌 위주의 대책으로 의사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고 당장 의사단체와 대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국민행동도 제안했다. 최희선 위원장은 “경증 환자와 비응급환자들의 대형종합병원 이용 자제운동,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덕분에’ 운동,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의사단체와 정부 간 대화를 촉구하는 국민행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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