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정치인들은 증세를 이야기하기 어렵다. 반면 감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표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래서 선거 시기에는 늘 세금 감면이 대세가 된다. 세금을 깎아줘야 경제가 살아나 세수도 늘어난다는 식의 ‘낙수효과’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감세의 낙수효과는 없다

감세의 낙수효과는 사실일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감세의 성공사례로 제시하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이 있다. 이론적 토대로는 ‘레퍼곡선’이 등장한다. ‘아서 레퍼’라는 학자가 레이건과 식사하면서 냅킨에 그려서 보여주면서 감세효과를 인식시켰다는 곡선 그래프다. 래퍼곡선이란 세율과 조세 수입 간 관계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말하는데, 세율이 최적 수준을 넘어서면 과다 세금으로 오히려 정부의 세금 수입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문제는 적정세율이 얼마인지는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는 책에서 “레퍼곡선은 현실적인 근거가 빈약한 헛소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레이건 정부는 쌍둥이 적자를 통해 미국을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몰고 간 당사자기 때문이다. 감세를 하면 경제가 성장해서 세금이 늘어야 하는데 적자만 늘었다. 당시 레이건은 70%대의 소득세를 28%로 감소시켰다. 반면에 우주전쟁계획(스타워즈) 등으로 소련과 군비경쟁으로 막대한 국방비를 지출했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리니 당연히 재정적자가 늘고 국가부채가 급증했다. 오히려 소련이 군비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를 봤다. 조세정책이기보다는 체제 전략 혹은 정치인 셈이다. 한편 금리가 20%로 상승해 달러 수요가 늘고, 달러 가치가 상승해 수출은 감소한 반면 수입이 증가해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했다. 이것이 쌍둥이 적자다. 더욱이 최하층의 세율은 10%에서 15%로 늘렸다.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는 없다는 것은 이미 레이건 시절 판명된 정책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과 경쟁한 다음 대통령 아버지 부시(조지 부시)는 이런 정책을 ‘무당경제학’이라고 비난했다. 레이건의 엄청난 적자는 소련 붕괴 이후 세계화 열풍에서도 해결되지 않았다. 경제가 성장해도 증세를 막는 각종 제도가 살아있고, 정치적으로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감세정책을 주장하기 때문에 아직도 미국의 적자는 계속되고 빚은 늘고 있다.

2024년 대한민국의 감세

예산에는 속하지 않는 나라살림에는 ‘조세지출’이라는 것이 있다. 들어온 돈(세입)이 있고, 쓰는 돈(세출)이 있다. 그런데 들어올 돈 중에 감면해 주는 것이 조세지출이다. 조세지출을 규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142조의2항에서는 ‘조세감면·비과세·소득공제·세액공제·우대세율 적용 또는 과세이연 등 조세특례에 따른 재정지원’으로 정의한다.

영구적으로 감면하는 직접감면과 일정 기간 과세를 연기하는 간접감면으로 구분한다. 우대세율까지 각종 공제와 세율 혜택 등 직접 내는 돈을 줄여주는 것이 직접감면이다. 간접감면은 사내적립하는 준비금이나, 자산처분의 시기를 연기해 주는 과세이연제 등이 있다. (기업운영에서 노동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점으로, 다음 기회에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정부의 ‘2024년 조세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2020년 50조9천억원이던 국세감면액은 올해 77조1천14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6조원 이상이 증가하면서 연평균 증가율은 11.4%를 기록한다. 여기서 77조원이라는 것은 감면이 없다면 세금으로 걷을 수 있는 돈이라는 것이다. 올해 국세수입 총액을 394조원으로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국세감면율은 16.3%이다. 국세수입과 감면액을 합한 471조원이 원래 거둘 세금이다.

그런데 올해 국세감면율 16.3%는 국가재정법에서 권고하고 있는 법정한도 14.0%를 2.3%포인트 초과한 것으로 과도하다. 최근 10년간 국세감면율이 법정한도를 초과한 사례는 2020년 0.8%, 2019년 0.9% 두 차례 있었다. 이번에는 2.3%나 초과하여 16%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예산은 액수뿐만 아니라 비율이 중요하다. 액수가 역대 최고라 할지라도 경제가 성장할 때는 비율이 줄어들 수도 있다. 따라서 코로나 팬데믹 후반기에는 법정한도를 준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나라살림연구소의 ‘2024년 조세지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율이 법정한도를 과도하게 초과한 원인은 국세 감면액은 증가한 반면(11.0% 증가), 국세수입 총액은 감소(33조7천억원·-7.9%)한 결과이다. 과도한 감세로 국세수입 총액의 감소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놀라운 것은 감세정책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보다도 높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미국발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감세정책을 펼쳤다. 따라서 2008년 14.7%, 2009년 15.8%의 국세감면율을 보이며 법정한도를 초과하였으나 이후 16%를 초과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위기로 인한 감세였지만 지금은 경제위기 없는 재정위기다. 그 원인은 바로 대규모 감세이다.

감세, 누가 이익을 보는가

감세는 양도 중요하지만 누가 이익을 보는가가 더 중요하다.

올해 조세 지출에서 감면액이 가장 많이 증가한 세목은 법인세로 12조2천억원에서 16조2천억원으로 3조9천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소득세는 41조2천억원에서 44조1천억원으로 2조9천억원이 증가한다. 부가가치세가 4천400여억원 증가, 그 외의 세목들은 소폭 증가한다.

법인세가 국세감면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7.7%에서 2023년 17.6%로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21%로 급등을 하며, 전체 국세 감소액 비중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3대 세목인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의 감면액이 국세 감면액에서 94.5%를 차지한다. 결국 빅3(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를 누가 내는가가 중요하다.

올해 국세 감면 최대의 수혜자는 대기업(상호출자제한 기업)이다. 대기업의 감면액은 올해 4조 3천727억원에서 6조6천5억원으로 2조2천278억원이 증가한다. 더불어 감면액에서 차지하는 대기업 비중도 증가해 지난해 6.3%에서 올해 8.6%로 2.3%포인트 증가한다. 대기업의 감면액이 급증한 것은 당초 투자금액에 대해 1%의 세액공제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신성장·원천기술(6~12%)과 국가전략기술(15%) 공제로 대폭 확대한 ‘통합투자세액공제’ 때문이다.

‘통합투자세액공제’는 단일 조세 지출로는 가장 많은 3조6천51억원의 국세 감면액이 증가했는데, 세부적으로 소득세 감면액은 지난해 1천36억원에서 1천914억원으로 878억원이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법인세는 1조9천746억원에서 5조4천919억원으로 무려 3조5천173억원이 증가했다.

결국 민생을 위한 감세라 쓰지만 실제로는 대기업 감세를 시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고려할 것은 실제로 누가 혜택을 보는가 하는 ‘수혜자별 귀착’ 개인 항목에서 중·저소득자를 하나의 카테고리에 포함한 것은 ‘중소득자’의 수혜를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저소득자의 경우 실제 부담하는 세금이 없거나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다. 2020년 기준 근로소득자의 37.2%가 면세자였다. 별도로 구분을 안 하면서 통계적으로는 저소득자들도 혜택을 보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실제로는 중소득자들만이 면제를 받는 사실이 간과된다. 따라서 통계를 구분해 발표할 필요가 있다.

예산정책처의 ‘2024년도 예산안 분석보고서’를 보면 중·저소득자에 대한 조세지출은 6.4% 증가했으며, 고소득자에 대한 조세지출 증가율은 10.3%로 중·저소득자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기업에 대한 조세지출은 2020년 18조2천억원에서 올해 30조6천억원으로 연평균 13.8%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과도한 국세 감면은 재정의 규모를 축소시켜 공공서비스의 제공에 제약을 가하며, 소득재분배, 자원배분, 경제안정화 같은 재정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조세 지출의 영향은 당해연도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국가 세수에 영향을 미친다. 국세 감면을 할 때는 국내외 경제 여건과 국세 감면의 영향을 받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계층에 국한하거나 과도하게 혜택이 가는 조세 지출은 계층 간 집단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세제는 소득재분배를 위한 조세정책이 아니라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가 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장 (jcs6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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