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조국 사태’는 2019년 하반기를 관통했다. 이듬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며 승리했다. 그때까지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사건은 2021년 3월 일어났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신도시에 100억원대에 달하는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폭로한 것이다. 민심은 폭발했고,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했다.

‘조국 사태’ 전에 그에 대한 나의 입장은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사태 이후 상대적으로 조국을 옹호하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 사실 내 입장은 바뀐 것이 없다. 조국에 우호적이던 사람들이 적대적으로 돌아섰다.

‘조국 사태’는 ‘강남 좌파’의 일면을 드러냈다. 공교육을 주장하는 사람이 제 자식은 사립학교에 보냈다. 평등과 공정을 주장하는 사람이 제 자식을 위해 연줄을 찾았다. 반미를 외치던 사람의 자식이 미국 유학을 갔고 심지어 미국 국적자가 됐다. 소박한 줄 알았는데, 강남에 아파트가 있고 부동산과 주식 투기를 투자라 둘러치며 골프장을 들락거렸다.

노무현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 ‘강남 좌파’는 물질적 부에 더해 사회정치적 권력도 가지게 됐다. 노동자 민중의 삶은 개선되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의 치적은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하나만 남았다.

고액의 노동소득에 더해 자산소득까지 소유한 ‘강남 좌파’의 이중성에 노동소득으로 버티던 이들이 분노했다. 그 분노가 만든 균열을 윤석열과 한동훈 류의 ‘강남 우익’이 파고들었다. 제 몸에 똥 묻은 이들이 겨 묻은 이를 더럽다 비난했다. 똥에는 눈감은 조중동 ‘기레기’들이 겨를 물고 늘어졌다. 2021년 3월 ‘LH 사태’가 폭발했고, 검찰 기소가 맞물리면서 ‘조국 사태’는 다시 세상의 이목을 끌게 됐다.

민주노동당에서 나와 같이 일했던 신장식이 조국신당 영입 1호가 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서울대 정치학도 시절 달동네 빈민들과 함께한 그는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만들고자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복무했다. 노회찬과 심상정으로 대표되는 ‘진보정치 1세대’와 지금은 이준석 뒤에 선 조성주로 대표되는 ‘진보정치 2세대’ 사이에 가려진 세대가 그의 세대다.

진보정당운동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이어질 수 있었던 동력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삼십 성상을 달려온 신장식 세대의 노고가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진보정당운동이 지리멸렬해진 데는 진보정치를 위해 청춘을 바친 이들의 실력과 경험이 냉철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류호정 류의 ‘듣보잡’이 그 열매를 가로챈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물론 민주당과의 연합에도 반대한다는 민주노총의 ‘자승자박’ 방침을 어기고 진보당이 민주당과의 비례연합에 붙었다. ‘민주당 2중대’가 아니면 ‘국힘 2중대’가 될 수밖에 없는 냉정한 정치판에서 녹색정의당은 다리 근육이 없는데도 홀로 서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있다.

2012년 조국은 노회찬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1주기 추모전시회에서는 자원봉사를 했다. 노회찬이 힘들 때 조국은 함께 했다. 하지만, 조국이 힘들 때 노회찬의 ‘친구’들은 외면했다.

한국 지배 엘리트의 산실인 서울법대를 나왔지만, 조국이 걸어온 삶은 윤석열, 한동훈, 나경원과 달랐다. 그가 겪는 고통은 젊은 시절 주어진 지배계급이 될 기회를 거부하고 ‘배신’을 꿈꾸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강남 우익’의 난도질은 물론 ‘강남 좌파’의 거리두기 대상인 조국과 정치를 같이 하겠다고 신장식이 나섰다. 의리 있는 일이다. 강호의 도가 무너진 무림에서 최고 덕목은 의리다. 노회찬이 살아 있었다면, 입당까지는 아니더라도 창당대회에서 축사는 하지 않았을까.

조국신당 입당사에서 신장식은 노무현과 노회찬을 언급했지만, 나는 그가 두 사람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 정치를 펼치길 바란다. 지금은 아파트 단지로 변해버린 서울의 빈민촌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서 떨리는 가슴으로 철거 깡패에 맞섰던 스무 살의 신장식이 꿈꾸었던 그 정치를 말이다.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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