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가 ‘지금이라도 여성가족부 폐지하겠다’고 강조하자 시민사회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거듭되는 여가부 폐지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전국 900여개 단체들이 모인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은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정책을 실현할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여가부를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4·10 총선을 50일 남겨두고 5개월 만에 수리한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파행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후임 장관 후보자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으나 주가 조작·배임 의혹, 성차별적 뉴스를 생산한 위키트리 운영 등 자격 논란이 불거지면서 김 전 위원은 자진 사퇴했다. 이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김 전 장관이 업무를 수행해 왔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나면서 정부는 차관 대행 체제로 여가부를 운영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연합뉴스>에 “법 개정 이전이라도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게 대통령 생각”이라며 “차관은 조직 개편 전문가로 업무 이관을 위한 사전작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가로막히자 정부가 우회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각종 정책과 예산에서 ‘여성’ ‘성평등’ 이름을 지우고 그 내용을 축소·폐지하는 등 방식으로 여가부 기능을 약화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가부 폐지가 대통령 공약이라 해도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가부 폐지 시도는 엄연한 불법”이라며 “여가부를 인구부로 대체하겠다는 국민의힘 발상은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부딪힐 때마다 여가부 흔들기로 입지를 이어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때만 되면 여가부 폐지 공약과 여성혐오로 지지자를 모으려는 윤 정부의 행태는 무책임의 끝판을 보여준다”며 “여가부 폐지가 의미 있는 정책 방향으로 제시된 게 아니라 단지 여성혐오 세력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것이서 필요할 때마다 말이 바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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