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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로 요양이 연장돼 병가를 신청했지만, 금지돼 적응장애을 앓은 시내버스 운전기사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운전기사는 회사가 병가를 불승인해 두 달 넘게 무단결근하며 치료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도 ‘병가 불승인’을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했다.

두 달간 결근해 치료, 노동부 “직장내 괴롭힘”

2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손혜정 판사)은 세종도시교통공사 소속 시내버스기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사건은 2017년 11월 입사한 A씨가 버스 운행 중 허리디스크와 발목인대 부상 등으로 요양을 받다가 회사에 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거부되며 시작됐다. A씨는 2020년 10월 공단으로부터 요양연장 승인을 통보받은 다음날 상급자인 B씨에게 병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B씨는 “대체자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병가 신청을 불승인해 결근 처리가 됐다.

병가 승인이 거부된 A씨는 치료받기 위해 두 달 이상 결근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A씨는 관할 노동청에 병가 불승인에 관해 B씨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진정했다. 노동부는 “지위상 우위에 있는 B씨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며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내규에 병가 신청 기한이 없어 근로 예정일이 임박해 병가를 신청했더라도 산재에 따른 병가이므로 허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두 달이 지난 후에야 요양 연장이 결정됐다. 그러나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적응장애에 대해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공단은 “산재 요양기간 중 출근명령, 연차 및 배차 관련 불이익 등 업무 관련 스트레스에 노출된 것이 확인돼 업무와의 관련성이 있다는 일부 의견이 있다”면서도 “기존의 개인적 취약점을 자연경과 이상 악화시킬 정도는 아니다”며 불승인했다.

A씨는 2022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공단 판정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손 판사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요양을 위해 병가 신청을 했는데도 불승인돼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무단결근 처리된 상황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은 원고뿐만 아니라 대부분 근로자에게 직장 내에서의 평판과 입지·징계에 대한 걱정·생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을 이유로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 “개인 취약점 근거 안 돼, 업무 스트레스”

공단이 주장한 ‘개인적 취약점’도 업무상 재해를 부인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했다. A씨는 2012~2020년 불면증과 우울증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이력이 있었다. 손 판사는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원 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 역시 “업무 상황에서 노출된 스트레스와 부당행위에 대한 심각성이 확인되고, 적응장애를 유발하는 데 의미 있는 수준으로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견을 냈다. 반면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의는 개인적 취약성이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손 판사는 “상병 특징, 스트레스의 심각성, 개인적 소인이 경합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점을 종합하면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의 소견만으로는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개인적인 취약성이 인정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며 “개인적 취약성이 과거 회사와의 갈등에서 기인해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고, 노동청의 직장내 괴롭힘 인정 등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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