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선경(부산노동권익센터 노동권익부 과장)

지난해와 올해 2건의 이주노동자 징계 건을 들었다. 허구한 날 욕하는 이사님께 한마디 했다가 정직처분을 받은 이주노동자, 회사 사정으로 휴업을 하는 날이 많아졌음에도 휴업수당을 받지 못해 임금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가, 도리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업무태만이라고 정직 처분을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에게 일주일 정직 처분, 한 달이 넘는 정직 처분은 무엇을 말하는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니 조사관은 일주일 정직 처분이면 그리 길지도 않은 것 아니냐고 한다. 한 달 월급의 4분의 1을 받지 못하는데, 그것이 길지 않을까. 한국에서 돈을 저축하기보다 본국에 있을 가족들에게 송금하느라 남은 돈이 없을 그의 통장잔고를 생각한다면, 다음달 보낼 돈이 적어서 가족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주저하게 될 그 마음을 생각한다면, 일주일은 결코 짧지 않다.

한국인이라면 회사에 겸직 금지라도, 한 달 정직기간 동안 잠깐 임시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해 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정해진 업체 외에는 일할 수 없다. 다른 일을 했다가는 강제 출국될 수도 있어 쉽사리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다.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도 정해져 있어 한 달이라는 시간은 그에게는 시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할 기회의 박탈이기도 하다.

부당한 징계를 당했다면 구제신청을 하면 되고, 부당정직 인정을 받으면 정직기간 임금도 받을 수 있지 않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면 처리기간이 60일. 구제신청을 한다고 정직처분이 당장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중단되는 것도 아니며, 부당정직이라는 결과를 듣기까지 60일이 걸린다고 하니 이주노동자는 여기서 또 한 번 주저한다.

이 사이에 사업주는 오히려 기세가 등등하여 정직기간 임금도 없고, 구제신청에서 이겨봤자 이 사업장에 다시 와서 일해야 할 거라고 겁을 준다. 사업장 경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테니, 이주노동자 고용에 든 비용을 모두 노동자가 부담하는 데 동의하고 구제신청도 취하하라고 한다. 위험한 일을 하는 데다 낮은 임금에 부당한 일을 당하며, 징계까지 하는 회사에서 계속 일하느니 사업장변경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사업장 변경이 힘든 이주노동자의 약점을 그 누구보다 사업주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인권단체들에서 숱하게 단기 로테이션제도와 사업장 이동 제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에게 단 한 줌의 자유도 주지 않은 채, 이제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지역이동 제한까지 가하고 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쯤 되면 사람이 먼저인지, ‘지방’이라는 도시가 먼저인지 묻고 싶어진다. 도시의 공기는 자유롭다는 말은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요원한 말인가? 한국사회에 근대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인가?

중앙정부의 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정책과 제도들에 더해 지방정부는 어땠나? 코로나19로 모두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부산시 거주 이주민들은 “차별적인 제도와 정책, 즉 공적 마스크 차별과 긴급재난지원금 차별 등”을 어려움 중 하나로 꼽았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말 부산노동권익센터의 실태조사에서 부산지역 이주노동자들이 꼽은 개선사항 1순위는 ‘노동자를 위한 복지혜택에 이주민도 동등하게 적용’되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전필녀·김그루, 「부산지역 이주노동자 노동실태와 지원방안」, 2023. 12. 28. 부산노동권익센터 http://bslabors.or.kr/bbs/board.php?bo_table=pd_b&wr_id=144)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22조에는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여 처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사용자도 지켜야 할 말이겠지만,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이제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일을 그만 멈춰야 한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데 장애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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