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노동위원회 70주년 기념식 참석자들이 노동위원회의 역사를 새긴 선전물을 바라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창립 70주년을 맞은 노동위원회가 조정·화해 등 자율적 분쟁 해결 기구로서의 위상 재정립을 시도한다. 노동계는 시대 변화에 조응하는 판정을 내놓는 노동위로 거듭나기 위해 독립성·공정성·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제시했다.

김태기 위원장 “분쟁 해결 넘어 신뢰 사회 구축”
화해·조정 기능 활성화 통한 분쟁 해결 주목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김태기)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노동위원회 제도 개선 과제를 점검하는 워크숍과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잇따라 개최했다.

최근 노동위는 직장내 차별·괴롭힘처럼 새로운 유형의 분쟁 사건이 증가하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 조정·화해 등을 통한 당사자 간 자율적 해결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위 전문가가 노사분쟁의 자주적 해결을 도와주는 형태다. 워크숍은 자율적 노동분쟁 해결 기능의 필요성을 강조·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뢰 사회 구축을 위한 노동위원회 비전과 과제’ 발제에서 “고용의 디지털화와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할수록 노동분쟁은 해고·쟁의행위와 같은 전형적인 노사분쟁을 비롯해 직장내 괴롭힘·성희롱·공정대표의무와 같은 노노분쟁에서 원·하청 간 분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 노노 간 분쟁, 원·하청 간 갈등 사건의 경우 이해당사자들이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안적 분쟁해결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동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규정된 노동쟁의를 조정대상으로 삼고 있다. 임금·노동시간·복지·해고 등 노동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분쟁이 대상이다. 이익분쟁이라고 일컫는다. 이 교수는 노조법상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해 이익분쟁 외에도 차별·직장내 괴롭힘과 같은 권리분쟁도 노동위가 조정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워크숍에 이어 개최된 70주년 기념식에서 김태기 위원장은 “100% 어느 누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거나, 사실관계는 당사자만이 알고 있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거나 실효성 있는 구제를 하기 힘든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노동위는 노동의 가치를 높이고 실현되도록 분쟁 해결을 넘어 신뢰 사회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분쟁 해결 전문가를 육성하고, 이들을 통해 화해나 조정을 끌어내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를 양성하려면 인력충원이 필수적이다. 기존 조사관 인력으로는 증가하는 사건을 처리하는 것도 벅찬 실정이다. 중노위에 따르면 현재 전국 노동위에는 245명가량의 조사관이 1주일 평균 2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노동위원회에 지원과 투자를 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동명·양경수 “조사관 충원 등 정부 지원해야”

기념식에 참여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복잡한 노동 사건의 특성상 공정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노동위 조사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계적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위는 사법적 판단보다 우선해서 노사공이 지혜를 모아 우리 사회의 분쟁적 사안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기구여야 한다”며 “준사법 행정기관으로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독립성·전문성·공정성을 강화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이 노사정 모두 모이는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중노위는 한국전쟁 당시인 1953년 3월8일 제정된 노동위원회법에 따라 이듬해 2월20일 설치됐다. 이승만 정권이 노동자의 행동을 통제할 수단 마련하기 위해 근로기준법(1953년 5월10일 제정)보다 노동쟁의조정법·노동조합법·노동위원회법 등 집단적 노사관계법을 먼저 출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