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동자 가운데 직장내 괴롭힘·성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언론노조가 발간한 ‘성평등·조직문화 진단과 노조의 역할 및 과제’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간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경험 여부에 대해 여성의 경우 10명 중 3명(27.5%)이 ‘경험했다’고 답했는데 남성은 12%만 있다고 답해 2배 넘는 차이 났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7월4일부터 9월12일까지 이뤄졌다. 언론노조 전 조합원(1만5천700여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2천974명이 응답했다. 이중 설문 문항에 끝까지 답하지 않은 경우와 중복응답인 경우를 제외한 2천99명 응답자를 분석했다. 연구기관은 민주노총 법률원 부설 노동자권리연구소가 맡았다. 언론노조가 전 조합원 대상 성평등 조직문화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괴롭힘 유형은 ‘비합리적 절차나 방식으로 작업할 것을 요구받음’(73.1%)이 가장 많았고, ‘설명 없이 마감 임박한 새로운 업무 받음’(63.7%), ‘업무 실수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적 발언·고성이나 욕설 등’(61.1%) 순이었다. 성희롱·성폭력의 경우 ‘성적 비하, 외모 평가, 성적 대상화’가 50.8%로 가장 많았고, ‘신체를 접촉해 성적 불쾌감을 주는 행위’가 26.2%로 뒤를 이었다.

직장내 차별도 여성이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 경험 전체 평균 점수(100점 만점)를 보면 여성의 경우 38.7점으로 남성(30.5점)보다 8.2점이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성별 고정관념이나 성적 대상화, 성적 지향에 대한 비하나 농담’은 여성 45.1%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데 반해 남성은 20.9%로 두 배 이상 차이 났다. ‘연애나 혼인관계, 가족관계 등에 대한 지나친 질문이나 관심’도 여성은 54.4%가 있다고 답했지만 남성은 29.5%로 24.9%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그런데 직장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성추행을 겪어도 고충을 주변에 호소했다는 응답자는 27.7%에 그쳤다. 고충 호소 창구는 ‘상급자’(52.3%), ‘노동조합’(46.7%), ‘사내 신고상담센터’(12.1%), ‘인사노무과’(9.3%) 순으로 나타났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동료들 사이 관계·직장 분위기가 불편해질 것 같아서’가 36.2%로 가장 많았고,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 것 같지 않아서’(27.2%), ‘회사에서 일하는 데 불이익 받을 것 같아서’(22.8%)가 뒤를 이었다.

김수진 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이번 실태조사는 성평등하고 민주적인 노동환경 마련이라는 목표에 다가가는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노조는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장별 성평등 단협 요구안 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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