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경제적 어려움에 장시간 노동과 지나친 노동강도가 자살률과 자살 충동 비율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19일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리뷰에 실린 ‘우리나라 장시간 노동 현황과 건강’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자살 충동 비율은 5.7%다. 2018년 5.1%, 2020년 5.2%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자살 충동은 제도적·사회적·개인적 요인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발생하지만 노동시간과도 연관이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노동강도, 업무스트레스로 신체적·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 내용 중에는 장시간 노동자 비중이 낮은 나라들과 우리나라의 뇌졸중·심장질환·자살률 비율을 비교한 점도 눈에 띈다. 노동시간과 해당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살펴봤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주당 48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 비중은 17.5%다. 연평균 노동시간은 1천901시간이다. 같은해 유럽연합(EU)의 장시간 노동자 비중은 7.3%, 연평균 노동시간은 1천571시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의 2021년 자료에 따라 장시간 노동에 따른 뇌졸중·심장질환 사망 인구집단기여위험도를 분석했더니 뇌졸중은 6.2%, 심장질환은 3.5%로 나타났다. 장시간 노동이 없었더라면 해당 비율만큼 질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핀란드의 뇌졸중과 심장질환 위험도는 각각 1.3%와 0.8%였다. 한국과 함께 장시간 노동 국가에 포함되는 일본(장시간 노동자 비중 15.0%, 연평균 노동시간 1천811시간)은 각각 4.4%와 2.4%로 분석됐다.

장시간 노동자 비중이 낮은 나라는 자살률도 낮았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비율을 나타내는 자살률은 핀란드 12.9%, 독일 9.7%, 일본 15.4%였다. 우리나라는 25.2%다. 핀란드·독일·일본은 2020년 기준, 우리는 2022년 기준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연구진은 “장시간 근로에 적게 노출된 나라일수록 뇌졸중, 심장질환 발생 사망 가능성이 낮았다”며 “자살률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과제로는 일과 삶의 균형 정책을 포함해 지역커뮤니티 사업 활성화와 중앙정부 차원의 정신건강 서비스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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