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 자료사진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HD현대건설기계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19일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원청이 작업표준서와 작업실적 관리시스템(MES 시스템) 등을 통해 직접 업무 지시를 내렸다고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41민사부(재판장 정회일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HD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 서진이엔지에서 일하다 해고된 27명이 원청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2017년 4월 HD현대중공업 건설장비 사업부가 인적분할돼 설립된 HD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 서진이엔지에서 굴착기용 붐(Boom)·암(Arm) 같은 건설기계용 부품을 생산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핵심 쟁점은 원청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는지 여부였다. 1심 재판부는 원청이 작업표준서와 제조공정도, 표준작업지도서 등을 통해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수행해야 할 작업의 구체적인 방식을 정해 놓고, 작업실적 관리시스템(MES 시스템)을 통해 작업대상과 순서를 정했다는 점에서 원청의 지시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작업현장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MES 시스템이 실행돼 부품 종류, 기종, 공정 단계, 조립공정 투입 예정일과 순서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판부는 “MES 시스템을 통한 생산계획의 전달은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기능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하청노동자가 원청 직원들과 주고받은 대화나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작업의 순서나 수행방법, 결함의 시정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판시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굴착기의 암, 붐과 휠로더의 붐, 리어 부분 제작 과정에서 가접공정과 마무리공정을 수행했는데 이는 생산과정에 필수적인 작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서진이엔지가 담당한 가접공정, 마무리공정과 원청 및 다른 하청업체들이 담당한 나머지 공정들 사이에는 밀접하고 유기적인 관련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원청이 입간판 제작시 직원들과 서진이엔지 하청노동자를 구분하지 않고 ‘ARM 제작팀’으로 표시한 점, 위험성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에게 포상금을 지급한 점, 자녀 학자금을 지원한 점 등을 근거로 “원청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을 일부 제공한 서진이엔지 노동자들 역시 원청 직원들과 함께 하나의 작업집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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