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고은 기자
어고은 기자

삼성그룹 4개 계열사 노조가 모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위원장 홍광흠)가 19일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공식화했다. 상급단체 없이 독자 노선을 걷는 삼성그룹 산별노조가 생겨난 것이다. 이들은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별로 독립적인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는 1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콘퍼런스룸에서 출범식을 열고 “각 계열사 업황, 인력구조, 사업이익과는 별개로 획일적으로 통제받고 있는 지금의 불합리한 노사관계에서 탈피해 개별 계열사 노사관계의 자주성을 확립하고 각 사 실정에 맞는 근로조건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초기업노조에는 삼성전자 DX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4곳이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조합원총회를 통해 초기업노조로 조직형태 변경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고 80~90%가 넘는 찬성률로 가결했다. 각 계열사 노조는 지부가 되고 노조위원장은 지부장이 된다. 지난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뒤 가이드라인의 벽을 여실히 체감하며 초기업노조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홍광흠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사측 교섭단은 사실상 그룹 차원 혹은 사업지원TF에서 정한 기본인상률 가이드라인에 따라 교섭을 진행하기 때문에 노측 교섭단은 시작부터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며 “노조 운영철학이나 고민의 결이 비슷한 (기업)노조가 산별노조로 뭉쳐서 운동장의 기울기로 조금이라도 완만히 만들어 보고자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수는 DX지부 6천100명, 열린지부 4천100명, 리본지부 3천400명, 상생지부 2천200명으로 총 1만5천800명이다. 지난달 설립한 삼성전기 존중노조도 오는 5월 초기업노조로 조직형태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초기업노조 조합원수는 1만6천900명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조는 그룹 차원의 임금 가이드라인이 각 계열사 실적과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하람 수석부위원장(삼성디스플레이 열린지부장)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인금인상률은 삼성전자와 동일하게 기본인상률 2%로 결정됐다”며 “배우자·자녀 사망시 휴가를 확대하는 항목도 (그룹)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이었는데 빼고 싶어도 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기본인상률 2%, 성과인상률 2.1%를 적용받았다. 열린지부와 상생지부는 올해 임협에서 기본인상률 각각 5%, 12%를 요구하며 쟁의권 확보 절차를 밟고 있다.

공동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 뒀다. 유하람 수석부위원장은 “각 계열사 교섭은 개별적으로 이뤄지겠지만 집회 등 단체행동이 필요할 경우 초기업노조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다”며 “다만 투쟁 일변도의 단체행동이 아니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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