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다운 변호사(법무법인 지향)

여전히 많은 사무실에는 ‘여직원’이라고 하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는 그러한 근로자들과 업무상 역할들이 있다. 주로 사무실 구성원 대부분 남성인 경우에 ‘여직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런 ‘여직원’들은 다른 남성 직원들과 담당하는 업무와 역할이 구분돼 있고, 근속연수가 길고 능숙한 베테랑인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나이 어린 계약직으로 많이 바뀌어 가는 추세다. 정규직인 경우에도 직급이나 보수가 결코 높지는 않았고, 근속연수가 길더라도 직급상 제한이 있었다. 물론 변호사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비서업무 또는 내근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성별을 이유로 하는 모집과 채용, 임금, 교육, 배치 및 승진, 해고 등 고용관계의 형성과 종료에 이르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사업주는 모든 근로자가 성별과 관계없이 동등한 여건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법에 의해 차별을 받은 근로자가 시정신청을 통해 실질적인 구제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따라 2022년 5월부터 노동위원회는 고용상 성차별 시정 제도를 도입해 차별 신청사건을 접수받고 조사해 판정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많은 차별 시정 신청 사건이 있었는데도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비로소 고용상 성차별을 인정하는 첫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같은해 12월에야 겨우 두 번째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지난해 12월5일 판정이 바로 사업장내 회계 및 각종 내근 업무를 담당하던 ‘여직원’의 승진 차별 사건이다.

이 사업장은 지역별 8개의 지역본부를 두고 있고, 지역본부별로 단 한 명의 여직원을 뒀다. 사업주는 남성 직원에게는 대외적으로 고객사들을 관리하는 영업업무를 맡기고, 여성 직원들에게는 영업을 지원하고 지역본부 운영에 필요한 각종 회계, 세무, 매출실적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공식적으로 명문의 규정으로 성별에 따른 직무를 구분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사업주는 오랫동안 성별에 따라 직무 또는 역할을 달리 배치한 뒤 여성 직원들은 ‘고급관리자로 가기에는 업무 확장성이 부족하다’라고 하면서 일정 직급(과장급) 이상의 승진에서 배제했다. 초심 판정을 내린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및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사업장내 직급별 분포 및 승진 결과상 성비불균형 등을 기초로 승진상 차별적 처우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승진의 결과는 성에 따른 차이라기보다 직무에 따른 차이다’, ‘승진 평가 기준이 비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업주의 주장을 받아들여 차별임을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 판정을 모두 취소했다. 사업주가 승진심사에 사용한 기준들이 외관상 성 중립적인 기준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여성 근로자들에게 일정 직급 이상의 승진을 배제하는 것이므로, 이는 성별을 이유로 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차별은 익숙함 속에 있고, 차별을 시정하는 일은 익숙한 것을 바꾸는 일이다. 사업장내 ‘여직원’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나 역할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는 선입견과 편견들은 여성 근로자들이 업무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업무능력과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성역할이 고착화되는 경우, 여성 근로자들이 집중돼 있는 직무나 직급 자체가 평가 절하되거나 비정규직화되는 등 차별을 더욱 공고히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여성 근로자들의 역량이 발휘될 기회를 일체 제한하는 것은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에도 이롭지 않다. 인사제도가 공정한 직무평가에 기초해 이뤄지고 있는지, 혹시 특정 성별에 따른 직무 및 직급상 불균형이 초래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차별시정제도를 도입한 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중 여성의 비율이 27.3%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차별시정 제도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차별을 식별하고 이를 시정하는 실질적인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노동위원회 자신도 그 조직적 역량을 높여 더욱 성평등적 기관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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