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노동과세계>

정부의 이주노동자 지원사업 공백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직접 지원하겠다며 전국의 민간위탁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러나 진행 예정인 사업계획서를 살펴보면 예산 규모만 대폭 줄었을 뿐 사업 형태와 내용은 기존과 비슷하다. 정부가 올해 이주노동자 규모를 역대 최대인 16만5천명으로 확대하면서 기본적인 안전장치마저 없앴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똑같은 사업할 거면 기존 센터 왜 폐쇄했나”

1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외국인근로자 지역정착 지원사업’에 선정된 지자체 9곳(부산·대구·인천·광주·충남·전북·김해·양산·창원)에 협약서를 보냈다. 지자체가 민간위탁으로 지원시설을 운영하고, 노동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는 형태다. 국비 지원은 18억원으로, 기존 센터 예산(지난해 기준 71억800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그마저도 지원기간은 최대 3년으로 한정됐다.

상담과 행정을 연계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던 목표는 온데간데없이 절반 수준의 예산으로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 셈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 사업계획서를 보면 이러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먼저 인력이 현저하게 줄었다. 9개 지자체는 노동부로부터 각 2억원을 지원받고, 자체 예산 2억원을 투입해 총 4억원으로 시설을 운영한다. 이중 인건비는 2억원으로 제한됐는데, 시설장 포함 6명을 채용할 수 있는 규모다. 적게는 10명부터 많게는 18명까지 일했던 기존 센터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인력 축소는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핵심 인력인 모국어 상담사들이 크게 줄어든다. 김해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운영했던 백남경 센터장은 “김해 센터 직원 16명 중 7명이 모국어 상담사였는데, 새 시설에선 상담사를 3명만 고용한다”며 “7명이 각자 다른 나라를 담당했는데, 나머지 4개국은 어떻게 할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백 센터장은 “지원사업 명맥만 유지할 뿐 제대로 일하기 어려운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예산이 줄면서 이주노동자 지원보다 관리로 무게중심이 바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영섭 이주노조 활동가는 “사업계획서를 보면 수행기관과 사업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기존 센터들을 왜 폐쇄했는지 의문”이라며 “예산만 줄었으니 인권 보호보다 (노동력) 관리 측면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원 공백 없다? “단순 안내뿐”

정부 지원이 한시적이란 점도 문제다. 2027년부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계획서상 재원 조달 계획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곳은 한두 곳뿐이다. 류지호 전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팀장은 “지자체 의지에 달렸다”며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곳도 있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짚었다.

지원시설 출범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예산 집행이 지난해 말 끝났으니 추경을 통해 사업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의회가 문제 삼으면 추경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와 지자체가 서로 사업을 미루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 선정대상은 지자체다. 지자체 점검을 통해 정부 책임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선정된 지자체 담당자 대다수는 “노동부 사업으로 수행기관의 사업계획서를 전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자체는 ‘채널’일 뿐 사업 시행 주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지원 공백이 없다고 자부한다. 외국인력상담센터에서 연중무휴 모국어 전화상담(1577-0071)을 진행하고,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서 150여명의 통역원을 통한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이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운영했던 지난해와 동일하다. 후속 대책으로 내놨던 공무직 채용도 이번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런 노동부 사업도 단순 안내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임금체불이 발생해도 행정적 절차만 안내할 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공무직 상담도 기존 전화상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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