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교육부가 지난달 24일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확대하겠다며 ‘늘봄학교’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날 모든 신문이 이를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초등 1학년 원하는 누구나, 학교서 밤 8시까지 돌본다’고 보도한 데 이어 10면에도 ‘3월부터 어린이집·유치원 통합 학교 시범운영 … 내년 전면 도입’이라고 썼다. 한국일보도 1면에 ‘초등 늘봄학교 2학기 전국 시행’이란 기사에 이어 10면에 ‘우선순위 없애 희망자 모두 이용 가능 … 2026년 전 학년 시행’이라고 보도했다.

초등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 학부모에겐 가뭄에 단비지만, 그동안 넘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때문에 기초수급자와 맞벌이, 다자녀 가구 등 기준을 충족해야만 이용 가능했다.

교육부는 공급 부족을 해소해 올 2학기부터 초등 1학년생은 누구나 돌봄교실에 참여하고 시간도 저녁 8시까지 확대해 저출산 대책으로도 기능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내년엔 1~2학년, 2026년엔 모든 초등학생이 희망하면 돌봄과 방과후학교을 합친 늘봄학교를 이용하도록 하겠단다.

학부모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초등돌봄은 그동안 학부모와 학생, 교사, 교육공무직 등 이해당사자 사이에 수많은 갈등을 낳았다. 학부모는 공급이 부족해 불만이었고, 학생은 양질의 돌봄과 교육을 받기 어려웠고, 교사는 업무 가중 때문에 불편을 호소했다. 실제 돌봄을 담당하는 교육공무직은 운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양만 늘리려는 교육당국과 돌봄은 교육이 아니라는 교사 출신 학교 관리자 틈에 끼여 혼란스러웠다.

과연 교육부가 그간의 사정을 제대로 알고 이번 정책을 발표했는지 의문이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보도만으로는 이를 알 수 없다. 그럼 한겨레와 경향은 어떨까.

한겨레도 이날 1면에 ‘학교서 저녁 8시까지 초1 누구든 돌봐 준다’고 보도했다. 1면 기사만 보면 정부 발표를 그대로 요약한 여느 신문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겨레는 같은 날 2면에 ‘학교마다 늘봄 전담조직 신설 … 구체적 운영 계획 내놔야’라는 기사에서 구체적 운영계획 없이는 “2026년부터 전 학년으로 확대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역부족의 근거를 좋은교사운동과 전교조에서 들었다. 돌봄교실을 둘러싼 4개 그룹의 이해당사자 가운데 교사 쪽 입장만 소개해 아쉽다. 한겨레 2면 기사엔 ‘정치하는 엄마들’이란 단체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양육자는 아동이 행복한 늘봄학교를 원한다”며 시위하는 사진이 실렸지만, 내용은 없다.

경향신문은 1면 발표 소개 기사에 이어 6면에 ‘초등 저학년 하교 늦춰 돌봄공백 해소 첫발 … 공간·인력 확보 등 숙제 남아’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면 기사에서 “과밀학교 돌봄 공간 확보, 도서산간지역 강사 채용 등 난제가 남았다. 시설 확충이나 인력 채용에 들어갈 예산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부호가 찍힌다”고 짚었다. 돌봄교실에 늘 따라다녔던 공간과 인력, 예산 확보 문제를 잘 짚었지만, 그뿐이었다. 대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초등돌봄은 이것 말고도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학교 안에서 돌봄을 담당하는 교육공무직의 노동조건은 어떤 언론도 말하지 않았다. 언론은 오전 7시부터 밤 8시까지 돌봄 확대에 환호했지만 정작 그 일 하는 노동자가 하루 13시간 넘게 학교에 머무는 것엔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초등돌봄 노동자는 돌봄만 하지 않는다. 돌봄노동자는 학생들 급식과 간식을 발주하고, 음식물이 도착하면 이를 확인, 검수하는 등 100여 가지 일을 한다. 그런데도 언론은 제대로 취재도 안 하고 당국의 발표만 받아쓰며 ‘늘봄학교 돌봄, 저녁까지 무료로 준다’(조선일보 2월6일 1면)고 정권 홍보에 혈안이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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