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한 청소노동자에게 노조 탈퇴를 유도하며 조합원에게 각종 불이익을 준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조직적인 노조파괴 혐의에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2016년 첫 고소로부터 기소까지 4년5개월, 1심 선고까지 7년5개월이 걸렸지만 가해자들은 고작 벌금형에 그쳐 부당노동행위에 한없이 너그러운 법원의 태도가 여전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재판부 “병원과 태가비엠 조직적으로 부당노동행위 공모”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판사 김유미)는 14일 오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용역업체 태가비엠 주식회사를 포함해 총 9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권아무개 세브란스병원 당시 사무국장과 이아무개 태가비엠 부사장에게는 벌금 1천200만원을, 태가비엠에는 벌금 800만원을, 세브란스병원 당시 사무팀장·파트장과 태가비엠 노무이사·관리이사에게 벌금 4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태가비엠의 현장소장·미화반장에게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노동자들이 부당노동행위로 이들을 고소한 지 8년여 만에 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검찰은 세브란스 사무국장과 태가비엠 부사장에게는 징역 6개월을, 태가비엠에는 벌금 1천만원, 5명의 관계자에게는 각각 벌금 400만원을 구형했다.

세브란스병원과 태가비엠은 2016년 청소노동자 140명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당시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에 가입하자 민주노총 탈퇴를 협박하고 노조 탈퇴를 거부하는 이들에게 힘든 업무를 맡겼다. 2018년 고용노동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세브란스병원 사무팀과 태가비엠 경영진이 주고받은 노조 와해 전략·민주노총 탈퇴 전략 문건이 대거 발견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가 세브란스병원과 태가비엠 피고인들이 공모해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세브란스병원측 피고인들을 중심으로 태가비엠측 피고인들로 이어지는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판시했다. 양형과 관련해 재판부는 “노조는 사용자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사용자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노조 조직과 운영에 지배하거나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는 충분히 비난받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피고인들은 노조를 적대시하고 과도한 대응을 한 부분을 인정하면서 반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잘못을 뉘우친 점을 감형요소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지연된 정의로 부당노동행위 용인”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선고가 끝난 직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브란스병원은 노조파괴의 수렁을 벗어나 청소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병원으로 거듭나라”고 촉구했다. 이어 세브란스병원에 △관계자를 징계하고 진상조사할 것 △태가비엠을 당장 퇴출하고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는 입찰기준을 마련할 것 △청소노동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노조 교섭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지부는 ‘지연된 정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첫 고소로부터 기소까지 4년5개월이 걸린 점, 선고까지 7년5개월 동안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용인된 점을 비판했다. 그 결과 140명에 이르던 조합원은 단 4명만 남았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피해자 대리인단도 이날 논평을 발표했다. 대리인단은 “너무 낮은 구형을 한 검찰과 벌금형을 선고한 법원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하청업체 뒤에 숨어 노조파괴 공작을 한 원청 세브란스병원에 대한 민사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은 피해자로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청소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정당한 권리를 누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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