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서울고법 2024. 1. 24. 선고 2023누34646 판결
 

▲ 김하경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 김하경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서울고법은 2024년 1월24일 원고 CJ대한통운 주식회사의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CJ가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택배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고, 이를 거절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의 결론을 유지했다.

1. 사건의 개요

CJ대한통운은 택배 대리점(집배점)과 택배 배송에 관한 위수탁 계약을 체결, 대리점들은 이 사건 택배기사들과 이를 재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고용구조를 보면 CJ대한통운은 원청사업주, 대리점은 하청업체인 형태다.

택배노조는 대리점과 재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택배기사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는데, 2020년 3월12일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그런데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은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했고 CJ대한통운과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단체교섭할 때 창구단일화 절차의 시작인 교섭요구사실 공고부터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택배노조는 이를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로 보고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2021년 6월2일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고 단체교섭 거부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그 후 CJ대한통운은 2021년 7월16일 중노위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1월12일 중노위 재심판정이 정당하고 CJ대한통운이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와의 관계에서 단체교섭 사용자 지위를 인정했다. CJ대한통운이 항소해 1년여 변론을 거쳐 원심 법원의 당부를 판단한 사건이다.

2. 쟁점의 정리

첫째,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 81조1항은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부당노동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3호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일종으로 정하고 있다. 이때 3호 단체교섭 거부 또는 해태의 부당노동행위 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와 사이에 명시적,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자만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약관계 있는 자에 한정되지 않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근로자의 노동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주요한 쟁점이다.

둘째, CJ대한통운이 과연 택배노조 소속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인 교섭요구사항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인지와 관련해, 참가인인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게 교섭을 요구한 각 교섭의제(상품 인도·인수시간 단축, 서브터미널 시설 개선, 주5일제 시행, 급지수수료 개편, 사고부책 제도 개선)와 관련해 CJ대한통운이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다.

두 가지 모두 1심 변론 단계에서부터 주요한 쟁점이었는데, 항소심에서는 CJ대한통운의 하청사인 일부 대리점주들까지 소송에 참가해 원고 CJ대한통운과 유사한 주장을 하면서 두 쟁점을 둘러싸고 첨예한 다툼이 계속됐다.

3. 판결의 요지

서울고법 6-3행정부는 각 쟁점에 관해 1심의 판단이 모두 옳다고 보고 원고 CJ대한통운의 항소를 기각했다. 노조법 81조1항3호(단체교섭 거부, 해태의 부당노동행위)의 사용자는 명시적,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등 근로자와의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해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나아가 원청사용자가 하청 소속 근로자들의 노조와 관계에서 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보다 구체화하면서, 이를 적용했을 때 CJ대한통운은 하청업체인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와의 관계에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음을 인정했고, 나아가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주요한 교섭의제에 관해 CJ대한통운이 실질적, 구체적 지배권한을 가지는 범위에서 교섭해야 한다고 봤다.

4. 판결의 의의

본 사건은 원청사가 하청사 소속 근로자들의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중노위의 구제명령의 당부를 주된 쟁점으로 하는 사건으로서, 서울고법도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과 마찬가지로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판결했다.

대법원은 2010년 3월25일 선고 2007두8881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사건에서 이미 노조법상 사용자는 근로계약 내지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은 원청 사업주도 노조법 81조1항의 ‘사용자’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바 있다. 단 2007두8881 사건은 노조법 81조 1항4호(지배,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는 3호(단체교섭 거부, 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도 동일한 해석이 적용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기존 판례 법리는 단체교섭 상대방인 사용자성 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노동법학계의 통설이었는데, 이러한 상식을 서울행정법원이 1심 판결을 통해 인정한 데 이어 서울고법도 다시금 확인한 것이다.

서울고법은 이 사건 판결문에 추가 판단을 덧붙이면서,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해석할 때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과 집단적 노사관계법이 규정한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특유한 성질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원고측인 CJ대한통운과 일부 대리점들은 근로계약관계도 없는 원청에게 하청노동자와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할 수 없고, 만일 원청에게 하청노동자와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한다면 현행 노조법상 교섭창구단일화 등 절차적인 규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원고측 주장에 대해 “노조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 해당 여부는 기본적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관점에서 파악해야 하는데, 단체교섭의 대상인 근로조건 등을 지배·결정하는 자와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집단적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 등을 결정·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는 해석의 관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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