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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유해 화학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돼 ‘골육종’에 걸린 소방관에게 법원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골육종은 뼈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인구 10만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암이지만,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면 마스크’ 쓰고 화재진압, 초과근무 연속

1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고은설 판사)은 울산시 소방관 A(61)씨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공무상요양 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인사처는 1심에 불복해 지난달 말 항소한 상태다.

A씨는 1990년 10월 울산의 한 소방서에 임용된 후 19년이 흐른 2019년 7월 골육종에 걸려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인사처는 “소방업무와 골육종 발병에 대한 역학적·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불승인 처분을 했다. A씨는 “유해 화학물질의 지속적 노출과 교대근무, 초과근무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며 2021년 3월 소송을 냈다.

실제 A씨는 약 30년간 화재진압·구조 등 현장대원으로 활동했다. 2조1교대나 3조2교대로 근무했고 2010년 이후 현장지휘관을 맡았다. 화재진압 사건만 678건에 달했고 이중 화학공장이나 타이어 물류창고 등 화학물질이 발생한 화재현장도 563건이었다. 또 1천500명 이상의 인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호조치는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주로 근무했던 진주소방서는 예산이 모자라 2004년 이전까지는 공기호흡기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면 마스크만 쓰고 화재를 진압해야 했다. 시간외근무도 많았다. 골육종이 발병한 해인 2019년 1~6월까지 월 76~101시간을 초과근무했다.

법원은 소방업무가 골육종의 원인이 됐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초과근무에 주목했다. 고 판사는 “원고는 현장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보호장비가 미비한 환경 속에서 장기간 지속해서 유해물질에 노출됐다”며 “상병 발병 전 6개월 동안에도 상당한 초과근무를 하는 등 교대근무와 초과근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원 “화재현장 발암물질 노출 위험, 의학 연구 미흡”

화학물질 이외에 골육종을 일으킬 특별한 요인도 없다고 봤다. 고 판사는 “원고가 채용될 당시 골육종에 걸릴 유전적 소인이나 가족력이 확인되지 않고 이후에도 금연과 절주를 하는 등 특별한 개인적인 위험요인도 보이지 않는다”며 “추정 위험요인은 고용량의 방사선요법이나 화학물질 노출 과거력, 항암제 투여 이력 등이 있을 뿐이라 원고의 경우는 화학물질 노출 이력이 문제된다”고 판시했다.

법원 감정의는 “화재진압 중 발암성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교대근무로 인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높은 업무특성상 소방공무원의 암 유병률이 높다”고 소견을 냈다. 법원 역시 화재현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포름알데히드 등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고 판사는 “소방공무원에게 발병될 수 있는 암으로 골육종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이는 골육종이 전체 암종의 0.2%에 불과하고 업무 연관성에 관해 신뢰할 만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기인할 뿐 업무 관련성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곧바로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A씨를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골육종이라는 희귀암종에 관해 약 30년간의 소방업무와의 인과성이 인정됐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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