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탈시설 정책의 성공을 위해 당사자 설득과 정부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는 2021년 8월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따라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거주시설 장애인을 지역사회의 그룹홈·개별주택에서 살아가도록 정부가 직·간접 지원을 한다. 12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장애인 탈시설 논쟁: 자립인가 방치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의 시범사업에 이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탈시설 사업이 추진된다. 2041년께 거주시설 장애인 비율을 13%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정부의 애초 계획이다.

이런 정부 계획을 두고 두 가지 논쟁이 일고 있다. 그룹홈을 탈시설로 볼 수 있을지 여부와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이 옳은지 여부를 두고 대립각이 형성되고 있는 것. 장애인단체는 ‘규모가 작은 시설’이라 규정하며 그룹홈에 비판적이다. 탈시설 반대단체는 스스로 생활이 불가능한 중증발달장애인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돌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그룹홈은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UN 장애인권리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웨덴은 하나의 집에 여러 장애인이 사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개인의 집이 여러 개 붙어 있는 공동주택의 형태로서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중증발달장애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은 돌봄 강화가 대안으로 나온다. 영국·프랑스·아일랜드 등 적지 않은 나라가 이 같은 정책을 선택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최대 16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부 지자체에서만 24시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준형 입법조사관은 “장애인 자녀 부모들은 가정 내 양육을 하다 경제적·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시설에 맡긴 경우가 많기에 탈시설로 인해 돌봄 부담이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탈시설 정책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탈시설 장애인 부모 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자조모임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장애인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며 “(시설 줄이기에 급급해하지 말고) 장애인 당사자단체, 장애인 가족단체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