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배송기 설치 및 30분 단위 가스측정기 측정” “안전보호구 착용 후 작업” “산처리장 작업 간 산소·기타 가스농도 측정 철저”

지난달 19일 작성된 현대제철 폐수처리장 수조 청소 안전작업허가서와 안전작업회의록 등의 내용이다. 현대제철 안전보건팀과 작업업체 등이 참여해 작성했지만 결과적으로 유명무실했다. 지난 6일 가스 중독으로 작업자 1명이 사망했고 6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장에서 안전작업 점검이 부실했고, 제대로 된 마스크도 지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분 단위 가스 측정’ 지켜졌나

1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6일 발생한 현대제철 인천공장 가스 중독 사고에 앞서 작성된 안전·보건 관련 서류와 현장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정황이 드러났다.

사고가 난 공장은 지난해 9월30일 가동을 중단하고 폐수와 슬러지(찌꺼기) 처리 작업을 진행 중인 곳이다. 사고는 6일 오전 10시51분 폐수·슬러지 외부 위탁처리 작업 중 질산 또는 불산 관련 가스를 흡입해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피트 A에서 슬러지를 끄집어내는 준설을 개시하고, 10시30분 피트 B에서 배출을 준비했다가 10분 뒤 배출을 개시하는 시간표로 진행됐다. 그런데 피트 B에서 슬러지 배출이 개시되고 10시51분 노동자 7명이 가스를 흡입해 쓰러졌다. 발생 이후 11시 사외 소방서 신고가 이뤄졌지만 30대 하청노동자가 숨졌고 2명은 중태다.

금속노조는 조사결과 작업 전 작성한 안전·보건 관련 서류상 조치들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작업 안전작업허가서를 보면 작업 주요 위험요인으로 ‘유해가스에 의한 질식’을 강조하고 있다. 대책으로 ‘배송기 설치 및 30분 단위 가스측정기 측정’과 ‘안전보호구 착용 후 작업’ 등이 언급돼 있다. 그러나 작업 당일 작성된 일일안전작업점검표에 따르면 작업 시작 전인 6일 오전 8시30분 한 차례만 가스측정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장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안전작업허가서에는 안전보호구 확인사항으로 안전모와 안전화 등과 함께 ‘공기호흡기’ ‘방진마스크’가 적혀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공기호흡기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산업안전보건법 관리대상물질 취급공정에 방독면, 공기 호흡기 등 필수이자 기본인 방호장비도 없이 1회용 방진복과 생활마스크만으로 죽음의 밀폐공간으로 노동자 3명이 등 떠밀렸다”고 주장했다.

노조 “원·하청 관리자 없어 노동자가 구조”

게다가 이 공장에서는 인명피해가 없었을 뿐 이미 화재폭발 사고가 있었다. 노조는 “사고 며칠 전 냉각수탑에서 화재폭발 사고로 시설이 전소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1일 공장 내 냉각수 처리장 보온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상당한 재산피해를 내고 5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다. 노조는 “중대사고가 있었음에도 현대제철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다”며 “사고 당시 현장에는 원·하청 작업지휘와 감시·감독은 없었고, 급성중독으로 쓰러진 동료를 작업자가 스스로 목숨 걸고 구호하고 119에 신고해야 하는 상황으로 비상조치계획도 전무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비롯해 △경영책임자 구속 및 처벌 △안전보건시스템 점검 등 안전보건진단 △중대재해 조사보고서 공개 △수급업체 선정시 기준 준수 여부 확인 과정 공개 △현대제철 근로감독 결과 및 시정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현대제철 중대재해는 2022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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