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

끝내 사과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밤 공개된 KBS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상대를)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미교포 최아무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9월 서울 서초동 사저 지하에 위치한 김 여사 사무실에서 명품백을 주는 장면이 촬영된 영상이 지난해 11월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후 3개월 만에 윤 대통령이 첫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윤 대통령 “몰카공작, 정치공작”
“중대재해처벌법 중소기업 감당 어려워”


‘몰카공작’ ‘정치공작’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시계에 몰카까지 들고 와서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 지나서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쉽다는 표현 이외에 사과의 말이나 수사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는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후속조치로는 제2부속실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도에 그쳤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어떤 제도든지 어떤 비위가 있을 때 사후에 감찰하는 것이지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아내가 사람을 대할 때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헀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50명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전면적용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 수위가 높고 책임 범위가 장히 확대돼 있어 중소기업이 감당하기가 어렵다”며 “중소기업 경영이 악화하면 임금지불 역량도 줄어들 뿐 아니라 기업이 문 닫는 일이 벌어진다면 근로자들이 일터를 잃을 수 있어 사후처벌보다 예방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시간을 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 범위를 확대한다고 근로자의 안전사고가 실제로 더 줄어드는지에 대해 시행 이후 지금까지 실증적인 결과가 없었다”며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 범위를 넓히는 것이 실제 사고를 줄이는 것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도 더 면밀히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김건희 특검법 수용해야”
외국회사의 조그만 백? KBS가 어쩌다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이번 대담에 비판이 쏟아졌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 서면브리핑에서 “끝내 대통령 사과는 없었고,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국민께 용서를 구할 길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고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천명하는 것뿐”이라고 경고했다.

김민정 녹색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에 아쉽다며 끝끝내 국민에 사과하지 않았다”며 “설 연휴 전 성난 민심을 잠재울 목적이었겠지만 오히려 기름만 부은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정치공작, 몰카공작이라면서 김건희 여사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잘못을 처신 문제 정도로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늘 하던 거짓말과 핑계를 늘어놓았다”며 논평했다. 민주노총은 “‘근로자들이 일터를 잃는다”는 거짓말이나 일삼는 동안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장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담에서 질문을 한 KBS 앵커가 “이른바 파우치, 외국회사의 조그만 백”이라며 “어떤 방문자가 김 여사 앞에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고 표현한 것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뇌물”이라며 ““(앵커가 명품백이라고 말하지 못한 것이) 비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KBS 공영방송이 어쩌다 저 지경까지 갔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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