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조리사에게 3년여간 식당 업무 전반을 맡기고도 약 800만원의 임금을 체불한 업주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업주는 하루 12시간씩 일을 시키면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일당만 지급하고 퇴직금마저 온전히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리사 부려 먹은 업주 “노동자 아냐”

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기 수원시의 한 음식점 대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상시근로자 4명을 사용한 A씨는 다수의 근로기준법을 어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리사 B씨는 2018년 1월께 근로조건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하기 시작했다. 2021년 2월까지 3년여간 근무했지만, 급여 약 800만원을 받지 못했다.

그나마 받은 급여도 최저임금에 못 미쳤다. A씨는 B씨에게 일당 8만5천원을 지급했다. B씨는 통상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했다. 시급으로 따지면 약 7천83원으로, 가장 최저임금이 낮았던 2018년(시급 7천530원)에도 미달했다. 퇴직금 350여만원 역시 받지 못했다.

A씨측은 B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은 “B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는 식당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식재료 준비, 음식 조리, 손님 응대, 계산 등 포괄적인 업무를 수행했다”며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피고인이 식당에 상주하지 않았고, 운영방식을 보면 암묵적으로 업무가 정해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 “고정 근무에 일정한 급여, 근기법상 근로자”

단지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A씨가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근무시간과 장소도 제한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비록 B씨가 근무시간을 미리 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이 일정 시간 근무할 수 있는 근로자를 고용하려고 했고, 이에 B씨가 건강상태 등에 따라 자율 근무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적인 급여 외에 추가 수익이 없었던 부분도 근로자성 징표로 삼았다. A씨는 일당으로 8만~8만5천원을 지급했고, 하루 매출이 80만원을 넘긴 날에는 수고비 명목으로 1만원을 추가로 줬다. 프리랜서 계약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B씨가 근무한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난 이후 형식적으로 작성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A씨는 ‘프리랜서’를 고집하며 항소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식당 매출과 식자재 등을 관리했고, B씨는 이윤 창출이나 손실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부분이 없었던 점까지 더해 보면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고 했다. 벌금 200만원이 무겁다는 A씨 주장도 일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이 상당한 점, 근로자와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양형요소로 고려했다”며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원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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