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 시기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있는데, 일본의 산재 현황과 우리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일본은 1972년 노동안전위생법이 제정돼 노동재해 방지를 위한 기준 확립, 책임 체계 명확화 및 자주적 활동 촉진 조치 실시, 산재 방지에 관한 종합적이고 계획적인 대책 추진을 통해 직장에서의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고 쾌적한 직장 환경 형성을 촉진해 왔다. 동 법의 시행으로 산재사망자는 크게 감소했다.

또한 최고 재판소(우리나라의 대법원)에서 1975년 이후 공무원·민간기업 노동자를 고용하는 국가·사업체에 대해 “노동자의 생명 및 신체 등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도록 배려해야 할 의무(안전배려의무)를 지고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중대 산재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후생노동성(우리나라의 고용노동부)은 5년마다 ‘산업재해방지계획’을 책정하고 있는데, 1958년 1차 계획을 시작으로 2023년에 14차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산재 저하 목표를 정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중점 대책도 세우고 있다. 14차 계획에는 8개 중점대책이 있는데 그중 3개를 소개하면, 첫째 자발적으로 안정위생 대책을 하도록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인적투자라는 의식개혁을 촉진하고 있다. 둘째, 고령자 산재 증가를 막기 위해 넘어짐 목록 작성 및 뼈 관련 건강검진 추천, 그리고 운동 프로그램 도입의 필요성, 자동 운송장치의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외국인 노동자의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모국어나 시청각 교재를 사용한 안전위생 교육, 건강관리 실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사의 산재예방 대책·운동도 매우 주목할 만하다. 노조 최대 전국 조직인 렌고의 신년회에 필자가 참석했는데 회장(위원장)은 인사말을 할 때 “안전하게”를 외치면서 말문을 열었다. 거기에 모인 노조원들도 “안전하게”를 복창했다. “안전하게”는 제조업 노조인 기간노련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모든 노조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방문한 도요타 납품업체(노동자 약 1천700명)는 2008년부터 기능안전연수센터를 만들어 “안전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표어하에 안전체감 연수, 위험예지 연수를 실시했다. 수료자가 약 1만명에 이르렀다. 수료자들 중에는 해당 기업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협력회사 등의 근로자도 있었다. 재해발생건수는 2007년 26건에서 2022년 10건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노사정의 산재예방 활동으로 산재가 감소했는데 산재 예방활동을 하는 어느 협회는 다음과 같이 일본의 산재감소 요인을 정리하고 있다.

첫째, 노동안전위생법에 따라 안전위생 관리체제를 확립했다. 사업소의 직종이나 규모별로 관리 책임자를 정하고, 사업자 및 안전위생 담당자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둘째, 위험·유해업무를 규제하기 위해 취업제한 정책을 폈다. 면허취득, 특별교육, 기능강습 수료자만이 위험·유해업무를 하도록 법으로 제한했다.

셋째, 노동자의 자주활동 전개다. 예를 들어 아사히 유리에서는 소집단 활동을 ‘안전 서클활동’으로서 전개한다. 또한 계층별 안전 연수를 통해 안전 지식·기능·관리수법 등 및 안전 점검 현장 실습, 문제점에 대한 그룹 토론 등 한 명도 안전 낙오자를 내지 않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넷째, 안전위생의 저변활동이다. 안전위생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기관이 표준화된 안전위생교육을 전국적으로 전개했다. 교육을 수료한 자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다른 노동자에게 같은 내용의 교육을 했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 (hs.oh362@jil.g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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