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걸핏하면 카르텔이다. 카르텔이 문제라고 카르텔을 없애겠다고 카르텔을 때려잡는 것이 개혁이라고 핏대를 세운다. 이 나라는 어쩌자는 것인지 날마다 카르텔 타령이다. 대선에서 공약하더니 대통령으로서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그렇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내 머리는 정리가 되지 않을 지경이다. 분명히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 대단히 애용하는 말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무슨 카르텔인가’ 하고 있으니 스스로 난감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많은 것들에 대해서 이 말을 사용했다. 솔직히 뭔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정리되지 않은 말을 정리된 말로 알아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비난하면서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냥 무심히 정리하지 않은 채 내 머리를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서 도대체 카르텔이 무엇이고, 이 말을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기로 했다. 지난달 신년사에서 다시 한번 윤 대통령은 카르텔를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노동 개혁 추진을 밝히고, 노동자, 노동조합을 말했으니 신년사 중 카르텔과 노동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생각을 해보자.

2. 올해 신년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대통령이 말하는 패거리 카르텔에는 노동조합도 포함된다는 것은 그동안 해왔던 대통령의 말을 통해서 넉넉히 확인된다. 이 신년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패거리 카르텔을 타파하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노동개혁’을 자세히 언급한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신년사에서 밝힌 노동개혁은 노사법치와 노동시장의 유연화, 이중구조 개선 등이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의 말을 통해서 살펴보자.

윤 대통령은 먼저 “노동개혁의 출발은 노사법치”라면서 “불법행위는 노사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급속히 변화하는 산업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면서 직무 및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변화시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며, 유연근무,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노사합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노사법치가 노동조합에 대한 것이라면, 노동시장의 유연화, 이중구조 개선은 노동자(권리)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노사법치라니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신조어인가 했다. 노사자치라는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아니었다. 노사관계, 근로관계에서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며 한 말이라서 노사자치와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이 나라 최고권력 대통령이 패거리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면서 맨 먼저 한 말이고, 불법행위에 노사를 불문하고 엄정 대응하겠다는 걸 보니 노사자치라고 노사가 주장해도 봐줄 것 같지 않은 말이라서 오히려 노사자치에 반대의 말로 들리기조차 한다. 그동안 이 나라 노사관계에서 임금단체협상 등 노사합의하면서 노사 간 고소고발 취하로 검사의 수사를 위한 시간과 노력을 헛되게 해왔던 것에 대해서 대통령으로서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 노사합의든 뭐든 불법은 끝까지 엄정 대응하겠다는 말인가 싶기도 한데 설마 그렇게까지는 아닐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노사’법치라니 노동자,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불법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말로 들린다. 이 나라에서 그동안 국가권력이 노사관계에서 법치를 강조할 때는 노동자들이 파업 등 투쟁에 대한 것이었다. 불법파업은 용납할 수 없다며 관계장관들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법치를 말해 왔다. 그래서 대통령의 노사법치라는 말도 무엇보다도 이 나라 노동자, 노조의 불법파업을 무릅쓰는 투쟁에 대한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노사법치로 노동자, 노조의 불법 파업투쟁 등 불법행위를 엄정 대응하겠다는 것이니 말은 새로워도 그 취지는 전혀 새롭지 않은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이중구조 개선은 이미 이전 정권들에서 해 왔던 말로,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쓰고 있어 그 내용을 살피는 게 새롭다 할 지경이다. 연공급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꾸고 각종 유연근무시간제를 도입하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임금 및 근로시간, 그리고 고용 등에 관한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시키고자 이 나라에서 권력이 해왔던 말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경총 등 이 나라 사용자 자본의 단체들이 오랜 기간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들이다. 온통 노동자의 권리를 삭감하기 위해 요구하는 것들이다. 안정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임금의 향상, 노동 선진국 수준으로 노동시간 단축, 대기업 정규직과 격차 해소를 위한 중소·영세 비정규직의 대폭적인 임금 향상 등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위한 정책은 대통령의 신년사에는 찾아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노동조합은 패거리 카르텔의 전형이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임금과 고용 등에 관한 권리를 삭감하고, 조직력을 약화시켜야 하는데 관심이 있는 것이지, 그들의 수준으로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키고, 노조로 단결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이상과 같이 노동과 관련해서 대통령이 말한 카르텔에 대해 살펴보고 나니 카르텔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대통령이 추진하겠다는 개혁의 대상을 이르는 말이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권리를 가진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두고서 하는 말이니 말이다.

3. 카르텔은 독과점을 이르는 말이다. 독점적 지배를 통해서 불공정한 초과수입인 지대를 확보하기에 이를 규제해서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개념이다. 사실 이 세상에서 독점을 통한 지배로 보자면, 국가권력만 한 것이 없다. 이 세상에서 주는 것 없이 빼앗는 것이 폭력인데, 그것을 독점한 것이 국가권력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오랜 기간 존재해 왔던 사적 폭력을 몰수해서 독점한 것이 국가권력이다. 오늘 이 세상 나라들의 법전에는 그걸 새겨 놓았다. 인간의 역사에서 수많은 자치(주의)가 있었다. 그걸 모조리 괴멸시키고서 오늘 국가가 권력이 존재한다. 군대와 경찰, 징세권 등은 가장 중요한 증명이다. 국가권력이야말로 카르텔의 왕이다. 국가권력에 대한 나눔은 일체 허용하지 않는다. 주권의 신성, 불가침을 내세워 어떠한 폭력 행사도 주저하지 않는다. 본래 카르텔이란 말은 독점자본주의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다. 자본의 집적과 집중으로 거대한 독점자본이 형성되면서 자본들 사이에도 더는 공정한 시장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서, 자유경쟁의 시장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사용한 것이다. 거대한 지대 수입에 의존하는 독점자본을 규제함으로써 자본주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사용한 말이다. 따지고 보면 무언가 독점 지배해서 초과 수입인 지대를 얻는 것은 독과점의 자본만은 아니다. 봉건제를 무너트리고 근대 시민사회를 열렸을 때 원시적인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있었고, 자본의 질서가 세워졌다. 노동에 대한 자본의 독점적 지배가 확립됐던 것인데, 이 세상에서 그것으로 노동에 대한 자본의 초과수입은 법적 질서로 보장됐다. 노동자를 사용해서 거둔 수익은 전적으로 사용자의 차지고, 노동자에게는 임금을 지급하면 그만인데, 이러한 자본의 질서는 근대 시민혁명에서 자본의 노동에 대한 비경제적인 국가권력의 지배를 통해서 확보된 것이다. 그저 경제적 지배로 노동에 대한 자본의 지배가 저절로 확립된 것이 아니다. 노동에 대한 자본의 초과수입 지대는 노동과 자본의 공정경쟁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지배 외에 비경제적 지배인 국가권력의 지배를 통해서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살펴보면, 권력과 자본이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에 대해서 카르텔이라 비난하는 게 우습다. 진정으로 이 세상에서 카르텔이 무엇인지 들여다본다면, 감히 그들은 노동에 대해서 카르텔 운운하며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4. 노동조합을 두고서 특별히 노동자들에게 단결해서 활동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고 말해 왔다. 오늘 이 나라에서는 노동조합을 두고서 카르텔 운운하는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동시장 공급에서도 독(과)점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해서 활동하는 것이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노동자들을 위해서 특별히 노동조합이라는 카르텔을 허용했다는 식이다. 이런 생각이라면 진정으로 공정한 노동시장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이라는 카르텔을 억제할수록 바람직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르텔 운운하는 것도 이런 식의 생각이 머리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이 세상에서 자본의 카르텔에 맞서기 위한 것일 뿐, 노동의 지배를 통해서 자본에 대한 노동의 초과수입 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자본과 권력의 카르텔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노동자, 노동조합에 대해 카르텔이라는 비난을 듣게 되니 나는 아직도 낯설고 내 머리는 뒤죽박죽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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