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을 앞두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지난 1월 출범한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가 지난 7월 이후 활동을 멈춰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 적용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개정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가운데 향후 TF 활동 여부나 방향이 주목된다.

여당 법안 발의하자 ‘활동 중단’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는 지난 7월 마지막으로 열렸다. 노동부는 지난해 1월 TF를 출범해 상반기 중 개선방안 마련을 목표로 2주에 한 번씩 TF를 열었다. 10여차례 회의가 진행됐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논의가 중단된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50인 미만 유예와 관련해 논의되면서부터 TF에서는 구체적인, 새로운 것을 논의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TF 논의가 언제 재개할지 무엇을 논의할지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TF는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추진현황 및 한계·특성 등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논의·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구체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대상 및 수준 등 제재방식 개선 △처벌요건 명확화 △50명 미만 적용 대비 등을 과제로 삼았다. 당시 TF가 재계 요구를 받아들여 중대재해처벌법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노동계 반발이 있었다.

당시 권기섭 차관은 “2024년 50인 미만 기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확대를 앞두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현장 이행 상황, 지속되는 법리적 논란 및 수사 과정 등을 볼 때 2024년 법 적용 확대에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개선방안을 속도감 있게 집중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TF 논의가 멈춘 것은 국민의힘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게 알려진 뒤다. 여당은 지난해 6월22일 경기도 안산시 반월도금 일반산업단지에 방문해 50명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과 간담회에 나섰다. 이후 9월 임이자 의원이 50명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026년 1월로 미루는 개정안을 냈다.

노동부는 지난달 27일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직전까지 적용유예 기간 연장을 앞장서 주장했다.

“제도 보완 않고, 적용 여부만 논의” 비판

익명을 요구한 안전보건 전문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2년 동안 시행하면서 어떻게 정교하게 만들까 하는 고민을 했어야 정상인데 그런 것은 전혀 없고 적용할 거냐, 말 거냐만 가지고 이분법적으로 논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50명 미만 사업장에 시행된 상황에서 여야 논의에 추가 진전이 없다면 정부가 TF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50명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2년 시행유예 법개정이 안 된다고 하면 정부가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2년 유예 효과를 볼 수 있게 TF 논의를 통해 시행령을 개정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논의는 소강상태지만, 가능성이 ‘0’인 상황은 아니다. 지난 1일 본회의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시행유예하는 것과 산업안전보건지원청 설립을 맞바꾸지 않겠다는 게 오늘의 결론”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예 절대 반대는 아니다”며 “여당이 다른 안을 가지고 오면 그걸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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