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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근로시간 면제자의 좌충우돌 활동기가 책으로 나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노조 황동준(47·사진) 위원장과 김경우 수석부위원장이 공동 집필한 책 <무턱대고 노동조합 생활하기>는 노사관계부터 내부 갈등까지 이론이 아닌 현장 이야기로 채워졌다. 아무도 안 보는 노조 활동보고서 인쇄비가 아깝다는 게 책 집필의 출발이었던 것처럼 두 사람의 실용적 태도가 책 곳곳에 묻어났다.

황 위원장은 사무처장이었던 김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매일노동뉴스>에서 만난 황 위원장은 앞으로 3년도 노조 발전과 조합원 행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근로시간 면제자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
“놀고 먹을 거란 생각은 큰 오해다. 외부 연대활동도 많지만 각자 담당한 본부 부서와 주요 현안을 협의하는 일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공단에서 수행하는 모든 산재예방 사업에 대한 변경사항이 노조를 통한다. 사측은 인사권·경영권이라고 하지만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조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특히 모두가 전문가인 조합원들이 공단 사업에 관심이 많다. 근로시간 면제자로 일하면 공단의 전체 사업을 알게 돼 나무보다 숲을 볼 수 있게 된다.”

- 공공기관 노사관계의 특수성이 있을까.
“공공기관 기관장들은 외풍에 약하다. 지금까지 공단 이사장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저는 힘이 없습니다’였다. 정부 정책에 따라,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한마디에 조직이 휘청거려도 이사장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공공기관 노조위원장은 기관장을 초월하는 정치적 힘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유연하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되면 공단과 역할 분리해야”

- 최근 중대재해 처벌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관련 여야 줄다리기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이 또다시 거론됐다.
“노조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에 반대한다. 산재예방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외청을 만들자고 하면서 전국 36개 조직에 2천명 이상 전문인력이 있는 공단은 논외의 대상이 됐다. 외청을 만들어도 지금처럼 공단 직원들의 현장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청을 만들더라도 외청은 감독·수사에, 공단은 예방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지금도 노동부와 공단 업무가 뒤섞여 문제다. 예방을 위해선 사업장이 모든 걸 오픈해야 하는데, 감독·수사와 혼재돼 있으면 감출 수밖에 없다.”

- 공단의 전문성을 더 높일 방법은 없을까.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는 대대적으로 보여주기식 사업만 진행한다. 장기적 계획 없이 그때그때 사업을 바꾸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공단 전문성을 저하하는 원인이다. 내부적으로 기술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기술직과 경영직 비율이 75% 대 25% 수준으로, 다른 공단보다 경영직이 10%포인트 많다. 현장에 갈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경영직의 신규 채용을 줄여 적정 비율을 맞춰야 한다.”

“안전보건공단 재해조사 법적 근거 만들어야”

- 자랑할 만한 성과는 무엇인가.
“책을 냈다는 게 가장 큰 성과 아닌가(웃음). 2021년 위원장 첫 당선 전 근로시간 면제자로 4년을 활동하며 새롭게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대의원·운영위원·지부장·사무국장의 역할을 조정해 조합원들의 소통과 참여를 증진시켰다. 당시 단행된 내부 조직개편을 복원한 것도 성과다. 전공·직능중심의 집단임을 무시한 채 지역책임제로 개편해 50~60일 천막투쟁을 벌였다. 과제도 남아있다. 공단은 노동부 근로감독관과 재해조사를 함께하고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 공단 관련 언급이 일체 없다. 근로감독관 없이 재해조사를 할 때 사업장에서 무슨 근거로 공단이 나서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국회와 소통해 여야 의원들의 개정안 발의까지 이끌어 냈다. 최종 본회의 통과까지 힘쓰겠다.”

- 노조활동에서 가장 큰 적은 무관심이라고.
“노조활동하려는 사람이 없다. 갈수록 사람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 노조를 어떻게 영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집행부에선 노조 참여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려고 한다. 과도한 특혜가 돼선 안 되겠지만 지부장에게 3년 임기 중 전보하지 않겠다는 등 혜택을 이용해 조합원 참여를 늘리려고 한다. 언제까지 희생만 강요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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