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

지난달 27일로 50명 미만 사업장에 3년간 적용유예됐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게 되자, 같은 달 15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중소·영세 사업장 대표 간담회에서 “종사자가 5명 이상 개인사업주인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님도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포함해 관련 부처 장관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논의가 나올 때마다 같은 발언을 반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야당의 법 적용 유예기간 연장 반대를 “민생 경제를 도외시한 무책임한 행위”라고 몰아붙였다.

지난달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총 등 경제 5단체는 “83만개가 넘는 50인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이 인력과 재정난으로 법 시행에 대해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대로 시행되면 사업장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기화로 경제지와 보수언론들은 비슷한 내용의 기사와 사설들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 사설을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언급한 사설은 31개인데 이 중 29개(94%)가 중대재해법 대상 확대에 대한 비난 논조로 도배했다.

800만 근로자들이 일하는 83만개의 중소·영세 사업체들과 소상공인들이 모두 범법자가 돼 감옥에 가고, 줄폐업해 동네상권이 무너질 것처럼 공포를 조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히 손가락이 잘리거나 다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적용되는 법이 아니다.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 경영책임자와 법인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범죄자를 양산하고 기업을 도산시키는 법으로 둔갑시켜 버린 것이다. 이들의 논리가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마치 형법전에 살인죄가 있으니 모든 국민이 살인죄의 예비범법자가 된다는 논리와 마찬가지이다. 성폭력범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처벌법)이 만들어졌으니 모든 국민이 성폭력 범죄자가 된다는 논리다. 그러므로 이제 집안의 가장이 감옥에 가게 되고, 가정이 무너지고 아이들을 돌볼 수 없으니 살인죄 법조항과 성폭력처벌법의 적용을 유예해 달라는 것이다. 살인죄 법조항으로 범법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살인행위가 있어야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법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의무를 위반하고 그로 인해 종사자가 사망하는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해야 비로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사를 받고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노동부가 스스로 낸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는 2022년에 5명으로 전체 사고사망자의 0.7%에 그쳤고, 2013년 9월까지는 1명으로 0.22%에 머물렀다. 그조차도 대부분 음식배달 오토바이 사고이거나 가마에 불을 붙이다 폭발로 인해 숨진 사례로 확인된다. 사실상 동네 식당, 빵집, 카페, 찜질방 등의 경우 99% 이상이 처벌과 무관함을 알 수 있다. 음식배달 교통사고를 제외하면 처벌대상은 거의 ‘0’으로 수렴한다. 50명 이상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지는 이미 2022년 1월27일부터 2년이 흘렀다. 그런데 구속된 대표이사는 단 1명뿐이다. 범죄자가 양산돼 감옥에 가고 기업이 줄폐업하고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처럼 호들갑을 떤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지 않은가.

아울러 50명 미만 사업장에는 안전관리자를 전담으로 둬야 할 의무가 없다. 이미 사업장 규모를 고려해 의무 수준을 완화해 뒀다. 대신에 사장이 안전교육을 받아서 종사자들에 대한 안전관리를 하면 된다. 그럼에도 마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5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도 안전전담조직이나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둬야 해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고 안전관리자를 구할 수 없어서 법을 준수할 수 없는 것처럼 호도했다.

2024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 확대를 둘러싸고 대통령과 정부, 집권 여당, 그리고 경제단체와 보수언론들이 벌인 공포마케팅은 법 왜곡과 사실 왜곡의 거짓말로 가득 찬, 법 시행을 무력화하려고 벌인 집단 사기극이다. 이들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할까.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