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건설기계 노동자 임금이 60억원이나 체불된 것으로 조사됐다. 설연휴를 앞두고 건설노동자들은 현장에 만연한 임금체불을 해결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건설노조는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을 비롯해 전국 14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비 상승으로 공사 중단 사례가 늘면서 건설회사들은 건설기계 임대료를 ‘안 줘도 되는 돈’으로 생각한다”며 “심각한 건설현장 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가 1월 건설기계 조합원을 대상으로 체불 현황을 취합한 결과 길게는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건설현장 139곳에서 임금 59억8천700만원 가량이 체불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 조사한 18억원 규모에서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워크아웃 승인을 받은 태영건설 현장도 2곳 포함돼 있다. 창원과 마산의 건설현장으로, 각각 태영건설이 발주·도급을 하고 동림개발이 하도급을 진행하는 곳이다. 덤프트럭 운전사 6명과 카고크레인 조종사 1명 등 임금 3억1천500만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체불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관급공사 체불이다. 노조 조사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김해 건설현장 1곳에서도 굴착기 조종사 1명이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738만원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를 포함해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같은 관급공사 현장 41곳에서 24억3천만원이 노동자에게 지불되지 않았다.

관급공사 같은 공공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전자대금시스템 등을 의무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도 임금체불이 발생해 지자체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영호 노조 정책국장은 “전자대금시스템 의무도입에도 임금체불이 발생한 책임을 묻고, 공공공사뿐 아니라 관내 모든 공사에 전자대금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기계 노동자 대다수는 특수고용직으로, 이들의 임금을 포함한 임대료는 임금채권보다 순위가 낮아 보호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대한건설협회가 매년 1월1일 건설기계 노동자의 임금을 조사해 건설시중노임을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설기계 임대료가 구성되는 만큼 임대료도 임금의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올해 대한건설협회는 건설기계 운전사 건설시중노임을 26만7천360원으로, 화물차 운전사 건설시중노임을 22만6천709원으로 밝혔다. 건설기계 임대료도 임금인만큼 국토교통부뿐 아니라 노동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임금체불 엄단 방침은 신뢰를 잃었다. 송찬흡 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금체불은 중범죄라고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현장에서는 임금체불 범죄를 솜방망이 처벌해 실효성이 없다”며 “건설사들은 체불임금의 20~30%라도 받으려면 받으라고 배짱을 부리다 법인을 처분하고 차명으로 바꾸는 편법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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