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아람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27일부터 상시 5명 이상 50명 미만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망자 2천292명 중 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천843명으로 전체의 약 80%를 차지했다는 고용노동부 자료에 비춰 봐도,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신체를 보호를 목적(법 1조)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은 당연하다. 2022년의 통계를 봐도 우리나라의 사고사망 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산재사고 사망자수)은 0.43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우리나라보다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많은 나라는 4개국에 불과할 정도로 산재사망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다.

그런데도 제정 당시 3년 유예됐던 중대재해처벌법의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에 대해 윤석열 정부와 여당, 재계는 한목소리로 추가 유예를 주장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범위가 넓어진 것은 다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 보호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첫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법 4조 또는 5조를 위반해 사망자 1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병과 가능) 해당 법인 또는 기관에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이 발생한 경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해당 법인 또는 기관에도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법정형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처벌만이 선고되고 있다. 현재까지 선고된 13건의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에서 단 한 건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됐을 뿐이다. 법인 또는 기관에 선고된 벌금 또한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1억원 미만의 벌금만이 선고됐다. 중대재해를 예방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가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비용보다 감당할 만하다고 판단되면 사업주와 기업들은 중대재해를 예방할 아무런 유인을 가지지 않는다. 현재의 판결 경향으로는 사업주와 기업들이 중대재해를 예방할 인적·물적 실익이 있다고 볼지 의문이다.

둘째,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정말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갖출 능력이 부족하다면 국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 어떤 사업장에서도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은 각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의무이기 이전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헌법적 책무를 지는 국가의 의무다. 정부는 최근 어떤 기업이 단독으로 안전보건관리자를 두기 어렵다면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안전보건관리자를 두는 공동안전보건관리자 제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이 제도는 노동계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노·사가 한목소리로 요구해 온 사안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려는 시도를 그만두고 공동안전보건관리자 제도를 내실화하는 등 노동자들의 생명과 신체 보호에 매진해야 한다.

셋째, 나아가 상시 사용 노동자 5명 미만의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야 한다. 이제 겨우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는데,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노동자의 생명의 가치가 달라질 수는 없다.

이제 2024년도 고작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 이미 적지 않은 수의 노동자가 산재로 다치거나 사망했다. 출근할 때 즐거운 퇴근을 꿈꾸지 않는 노동자는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의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을 계기로 일터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는 노동자가 줄어들기를 간절히 빈다. 모든 노동자들의 무사한 퇴근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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