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급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산업의 플랫폼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기존 일자리가 해체되면서 3.3% 기타소득 세금을 내는 시민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794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프리랜서라고 불리거나 플랫폼 또는 특수고용 노동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유하고 있다. 전형적 노동이 아닌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시민들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정부와 제도는 사회의 변화의 속도에 전혀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노동운동마저도 이들을 권리의 주체로 세우고자 하는 노력이 더딘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3~4년 사이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일하는 1인 프리랜서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상당수의 청년들이 나의 ‘첫’ 노동으로 프리랜서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70년된 노동법이 삶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와 노동의 변화는 이리도 빠른 반면 우리는 시민의 구체적 삶과 노동에 무지하다.

우리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시민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고민을 하면서 삶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알아 가야 한다. 그렇게 청년유니온은 지난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이들을 찾았고 무작정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전국 27명의 프리랜서를 만났고 ‘프리랜서 정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났던 이들은 정말 다양했다. 한국어 강사, 연극 배우, 리포터, 시인, 문화예술 기획자, 사진작가, 성평등 강사, 연구자, 영상편집자, IT 개발자, 마케터 등이었다. 프리랜서라는 형태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만날 수 있었다.

10년째 시간당 급여가 3만원에서 오르지 않는다는 한탄을 하기도 했고, 불안정한 소득과 일감 때문에 삶을 계획할 수 없음에 불안함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지역의 이야기도 함께였다. ‘노인과 바다만 남아 있는 도시’ 부산을 설명하는 한 분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것을 넘어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욕심이 사치인 사회에서, 수도권으로 이주를 할 것인가 남을 것인가를 고민하며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너무나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이었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내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앞으로도 지금 선택한 일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다양한 동료들을 만나고 연결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들은 ‘노동’의 이름이 보장하는 다양한 권리로부터 배제돼 있다. 평균적인 임금도, 노동 환경도, 법제도적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다. 결코 자발적 선택이라고 할 수 없더, 업계 자체가 노동을 회피하고 인건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프리랜서를 고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시민들은 ‘프리랜서의 정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나의 삶과 노동에 있어서 주인됨을 자각했다. 일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과 연결되고자 하는 사회적 열정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나아진 사회를 꿈꾸는 정신을 ‘프리랜서 정신’이라 부르고자 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우리가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분투하고 있는 청년유니온의 정신과 꽤나 맞닿아 있다고 느낀다. 우리가 더 많은 연결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들이 잃어버린 노동의 권리를, 삶의 안전망을, 평범한 일상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2024년 우리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좌절과 패배의 언어가 아닌 승리와 긍정의 언어를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 온 경험을 발판으로 새로운 장을 함께 열어 보자. 노동운동과 일하며 살아가는 시민들의 만남을 넘어 연결로, 그리고 연결을 넘어 이 공간의 주인됨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자.

청년유니온 위원장 (tjfrla3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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