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노조

하나생명보험 노사가 지난해 임금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다. 업계 평균을 밑도는 임금을 어떻게 인상할 것인지를 두고 노사 의견이 엇갈렸다.

29일 하나생명보험지부(지부장 이훈)에 따르면 노사는 2023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7차례 교섭을 이어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동위원회에서 다섯 차례 조정회의 끝에 지난 25일 최종 결렬됐다. 지난해 말 대표가 바뀌면서 원점에서 교섭을 진행했던 것도 영향이 있다.

임금임상률을 두고 노사 대립이 팽팽하다. 노조는 2년간 총액 기준 정액 1천155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인상률로 따지면 17.7% 수준이다. 이훈 지부장은 “사원·대리·과장·차장급 임금이 타사에 비해 크게 벌어진 상황”이라며 “성과급까지 포함하면 업계 평균 76%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업계 80% 수준인 임금을 정상화하겠다며 2022년 6월 설립됐다. 조직률은 94%에 달한다.

사측은 한 자릿수 임금인상률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 3.5%를 제시했다가 신임 대표 취임 뒤 5.1% 수정안을 제시했다. 노조도 한발 물러서 임금 캐치업(따라잡기)과 임금인상률을 별도로 협의하자고 수정안을 제시하며 대신 4년간 단계적인 캐치업 이행 방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합의가 불발됐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노조는 임금격차가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은 “직원들이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할 목적으로 하나생명보험에 들어온다”며 “허리가 될 만한 직원들은 나가고, 새로운 직원들은 안 채워지니 기존 직원들만 공백을 메우느라 과잉 노동을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권 낙하산 경영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 지부장은 “회사는 2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는 2년짜리 낙하산 사장이 자리만 지키다 돌아갔기 때문”이라며 “지주사는 M&A를 통해 회사를 키우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경영진은 경영 실패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하나생명보험 본사 앞에서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임금정상화 투쟁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노조는 조만간 파업 찬반투표에 나설 계획이다. 부분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명보험업종본부 17곳 중 하나생명보험만 임금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만큼 본부 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다음달 1일 사측과 첫 교섭에 나선다.

사측 관계자는 “임금이 업계 평균을 하회하는 점을 인정한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컨설팅 등을 통해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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