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공립대 조교 10명 중 4명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했고, 피해자 절반은 괴롭힘을 경험하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하면 재임용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8일 전국국공립대학교 조교노조(위원장 박형도)에 따르면 현행법에 따라 국공립대 조교는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2년을 초과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대학 내 가장 고용이 불안한 직군으로 꼽힌다.

국공립대 조교는 교육공무원 신분으로 고용이 안정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년 재임용 심사를 거쳐야 일할 수 있는 계약직이다. 이들 모두는 1년 단위로 재임용 절차를 거치는데, 대학에 따라 재임용 횟수 제안이 있거나 최대 근무연한을 두는 곳도 있다. 공무원인데도 1년마다 재임용을 거치는 이유는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조교 근무기간이 1년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모법인 교육공무원법에는 국공립대 교육공무원의 정년을 보장하게 돼 있지만 하위법령인 임용령에 따라 비정규직 신분이 된 셈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적용도 받지 못한다. 기간제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해 기간제를 사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고등교육법에 따른 강사·조교 업무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조교들이 기간제법 적용 대상자라며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법원에서 번번이 패소하고 있다.

고용불안은 노동환경을 나쁘게 하는 요인이 된다. 노조가 지난해 9월 전남대 조교 154명을 대상으로 노동환경 설문조사를 했더니 이들 중 42.9%(66명)가 직·간접적으로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했다. 가해자는 교수·교직원·학생 등 매우 다양했다. 괴롭힘 유형도 언어적 괴롭힘, 사적 괴롭힘, 신체적 괴롭힘, 차별대우, 집단적 괴롭힘 등으로 광범위했다.

괴롭힘 경험자(66명)를 대상으로 대응방법을 물었더니 공론화하지 않았다는 응답률이 71.2%(47명)로 나왔다. 공론화할 수 없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37명이 “문제 제기 시 재임용에 영향을 받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극심한 고용불안으로 인해 직장내 괴롭힘을 당해도 감내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노조는 국공립대 조교의 신분을 교육공무원으로 명확히 할 것과 근무기간을 1년으로 한정한 임용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형도 위원장은 “최근 정년퇴직한 조교의 경우 34회 연속 재임용을 통과했다”며 “이런 재임용제도가 과연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는 법 개정 이전이라도 응급조처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법률원)는 “교육공무원임용령은 조교의 근무기간 1년 명시하지만 재임용과 관련한 규정조차 두지 않는 등 매우 부실하게 만들어진 법률”이라며 “고용불안에 대한 한시적인 응급처치로서 재임용제도를 대학교원에 준해 운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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