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왼쪽)·한국경제

쿠팡 본사에서 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이 술을 마셨다고 보도한 한경닷컴(한국경제)·조선일보가 노조에 위자료를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법원이 오보로 피해를 입은 노조에 위자료를 지급하고 정정보도하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25민사부(재판장 송승우)는 지난 26일 공공운수노조·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조선일보와 한경닷컴을 상대로 각각 제기한 정정보도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경닷컴과 조선일보에 “쿠팡 본사 로비에서 술을 마셨다”고 보도한 기사 하단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어 바로잡는다”는 내용의 정정보도문을 게시하라고 명령했다. 또 조선일보는 공공운수노조에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되 한경닷컴은 공공운수노조에 500만원을, 전국물류센터지부에는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위자료 액수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기사에서 쿠팡노조나 물류센터지부장 등의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한 여부에 따라 피해를 입은 주체와 정도가 상이하다고 판단해서다.

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022년 6월2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에서 폭염대책을 마련하라며 농성했다. 농성이 끝난 30일에 한경닷컴과 조선일보는 쿠팡 직원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이 본사 로비에서 술을 마셨다”고 보도했다. 사진에는 조합원들이 농성장에서 캔으로 된 음료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기사에는 “술판을 벌였다”같은 자극적인 표현이 사용됐지만 반론취재는 없었다.

재판부는 “기사에 보도된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재판부는 “쿠팡 본사 직원들이 촬영한 사진 및 영상에 담긴 캔 음료는 맥주가 아니라 커피”이며 “경호원의 바디캠, 폐쇄회로(CC)TV까지 농성장에 설치돼 있었지만 음주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영상은 촬영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또 반론취재 등을 하지 않은 사실도 위자료 책정에 반영됐다. 한경닷컴과 조선일보측은 “허위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별다른 사실관계 확인 없이 단정적 표현을 사용했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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