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지난해는 국내외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ESG) 기조 퇴보와 워싱이 기승을 부렸지만 한편에서는 규범화가 차근차근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 이런 흐름 속에서 노조와 시민사회는 함께 ESG를 정부와 기업에 촉구하고 ESG를 지렛대로 삼아 경제민주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ESG 퇴보와 워싱으로 한국 기업 도태 위기”

윤후덕·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노총·경제민주화시민연대가 지난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4년 지속가능성과 노동시장 구조 진단 포럼’을 공동주최했다. 민생경제연구소와 L-ESG평가연구원이 공동주관했다.

이형철 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주제발표에서 “지난해는 기후위기와 세계경제 블록화, 계층구조 양극화, 국제 안보위기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기업의 이해충돌은 더욱 심화했다”며 “이런 물결이 ESG 기조에 직접적인 백래시(반발)로 작용하는 범지구적 충돌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관점에서 3가지 유형의 ‘ESG 퇴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EU의 ‘유럽 지속 가능성 공시기준’(ESRS) 산업별 공시를 2년 유예했고, 에너지 산업계 반발 가시화, 미국 대선에서 ESG 백래시 정치 쟁점화로 요약된다. 국내에서도 ESG 기조의 정체와 퇴보를 거듭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1곳 추가되는 데 그쳤고, ESG 워싱이 재계 전반적으로 트렌드처럼 번졌다는 것이다.

특히 ESG 공시의무를 유예하는 등 재계와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기업들은 실질적인 ESG 대책을 내놓기보다 ESG 성과를 과장·호도하는 워싱을 통해 손쉬운 마케팅 홍보에 매몰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벌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공동대표는 “홍보성 기사 남발에 그치는 ESG 워싱이라는 관성에 매몰된 기업들은 예전보다 더욱 빠르게 경영환경에서 도태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정부도 선제적 법제화와 규제 프레임워크로 재계에 국제기준을 맞출 수 있는 준비기간을 마련하고 지속가능 혁신과 ESG 경영을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위기 속 조직화된 노조, 정책대안 만들어야”

허권 전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주제발표에서 사회 지속가능성을 가로막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을 위해 노조와 시민사회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허 전 상임부위원장은 “기후위기와 미중 패권갈등, 전쟁과 4차 산업혁명 등 복합위기 속에서 청년과 노동자가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런 흐름 속 수출주도형 한국경제 취약점이 드러나고 빈곤과 불평등, 양극화가 증폭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조직화된 노조가 나서야 한다”며 “취약한 노동환경에 처한 노조 밖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양대 노총은 대표성을 가지고 치밀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22대 총선에서 복합위기를 극복할 정책을 공약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며 “노조와 시민단체는 강력한 연대로 그 변곡점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동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 이사장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장은 “사회연대형 노조 정책을 통해 경제민주화 확장으로 불평등 구조를 제어할 수 있는 양측면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 관점이 배제되지 않도록 ESG를 지렛대로 삼을 필요와 함께 노조도 주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ESG는 한국의 경제민주화 주요 의제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며 “노조와 시민사회는 ESG 평가항목과 점검기준 등 통합적이고 구체적인 평가기준 마련을 통해 기업들의 ESG 정책 및 실천계획 수립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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