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고용평등상담실 운영을 전담한지 한 달째다. 고용평등 상담과 행정서비스를 일원화하겠다고 자신했던 노동부는 아직 담당 인력도 채용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2000년부터 여성노동자들 곁을 지켰던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은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지난해 말 운영을 종료했다. 여성단체들은 자체적으로 상담과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재 재정만으론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일방통행으로 발생한 지원 공백의 피해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담당자 절반이 공석

노동부는 24년간 민간위탁에 맡겼던 고용평등상담실을 폐지하고 올해부터 직접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억1천만원이던 예산을 5억5천만원으로 대폭 줄여 전국 8개 지방청마다 고용평등상담지원관 2명을 채용할 계획을 세웠다. 우선 1명을 채용하고, 후에 1명을 충원한다.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채용을 계획했던 노동부 8개 지방관서 중 절반이 인력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고용노동청·광주고용노동청·대전고용노동청·경기지청 4곳만 고용평등상담지원관을 채용하고 서울고용노동청·부산고용노동청·중부고용노동청·강원지청 4곳은 아직 공석이다.

지난달 29일 공개모집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채용이 쉽지 않다. 채용조건은 까다로운데 처우는 열악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노동관련 업무 △사회학·여성학 등 전공 △고용평등 분야 상담 경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요건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형태는 무기계약직(공무직)이다. 보수는 1등급 기준 월 201만원에 식비와 명절상여금 등이 더해진 수준이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했던 제주여민회 관계자는 “고용평등 상담 업무는 업무 강도가 높아 근로감독관 사이에서도 기피 대상”이라며 “하는 일에 비해 처우가 열악해 채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 지원 중단에 민간단체도 흔들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노동자에”

정부는 여전히 민간단체에 손을 벌리고 있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관계자는 “상담자에게 어떤 경로로 전화했는지 물어보면 노동청에서 안내받았다는 답변이 여전히 나온다”고 말했다. 대구여성회 관계자도 “노동청에서 전화번호를 전달받았다는 상담자들이 계속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책 없이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폐지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민간단체도 여력이 없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19곳 중 5곳이 문을 닫았다. 한국노총 광양지역지부 관계자는 “고용평등상담실 운영을 종료했지만 상담은 계속 들어온다”며 “기본적 안내는 하지만 심리치료 등 심층 지원이 필요하면 유관기관으로 연계한다”고 말했다.

1995년부터 30년 가까이 ‘평등의전화’로 여성노동자들을 지원해 온 여성노동자회도 위기를 맞았다. 정부 예산을 못 받게 되면서 상담 인력과 시간 등 규모가 축소됐다. 카카오같이가치 후원 모금 이틀 만에 약 5천만원을 달성하며 뜨거운 지지를 확인했지만 전국의 11개 지회가 나눈 탓에 충분치 않다. 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11개 지역에서 상담사 1명이 3개월 활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상담과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노동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노동부의 직접 운영에 여러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잘 운영되길 바랐다”며 “하지만 인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여성노동자들만 오갈 데 없어졌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전국 48개 권리구제 지원팀에서 권익구제지원관들이 초기 상담을 하고 있다”며 “심층 상담이 필요하다면 고용평등 전담 감독관들에 연계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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