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열었다. <고용노동부>

거대 여야가 50명(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건설현장)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당은 25일 오전까지 논의를 이어가겠다며 법 개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25일은 사실상의 데드라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7일부터 50명 미만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다. 25일에 법을 2년간 유예하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일정상 법 적용확대는 확실시된다.

열쇠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의 사과,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포함한 산업현장 안전 계획, 추가 유예는 없을 것이라는 재계의 약속이 있다면 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입장 차이 있지만 내일 오전까지 계속 협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50분간 이어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논의만 있었는데, 여야가 입장 차이가 있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일 오전까지라도 계속 협의를 이어가도록 했다”고 회동 내용을 짧게 설명했다.

민주당이 요구했던 조건인 ‘연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 걸림돌이 되고 있냐는 질의에는 “아직까지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말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선은 민주당에 쏠린다. 25일 오전이라도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다면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열리는 만큼, 사전에 합의했다면 당일 오전에라도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본회의 안건으로 올린 뒤 통과시킬 수 있다.

현재 법사위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한 50명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민주당이 반대하며 법사위 안건으로 오르지는 않은 상황이다.

두 원내대표 만난 김기문 “극적 통과 기대”

정부와 여당, 재계는 지난 23일에 이어 이날도 동시다발적으로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양당 원내대표를 만나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기문 회장은 홍익표 원내대표와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산업안전보건청만 받아준다면 이번 국회에서 통과하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입장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직후 이뤄진 윤재옥 원내대표와의 만남에서도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긍정적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회장은 “민주당과 법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으니 일부 문제만 조정하면 해결되지 않을까 한다”며 “민주당에서는 고용이 있어야 노동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홍익표 원내대표도 중소기업 입장을 잘 경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면담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조건을 충족시켜 왔는데 민주당이 계속 새 조건을 들고 나온다”며 “차라리 해주지 않겠다면 다른 방책이라도 세울 텐데, 문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법 논의 조건인 산업안전보건청을 받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법 시행 대비 않고 공포만 조장하는 정부
이정식 “동네음식점·빵집 사장 처벌 대상”

정부도 민주당을 향해 압박을 가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민주당이 제시한 법안 논의의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면 중소기업들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감을 키웠다.

이들은 “현장에서는 영세·중소기업의 경우 대표이사가 생산부터 기획·영업·안전관리까지 모든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중대재해로 대표이사가 처벌을 받을 경우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한다”며 “83만7천개의 50명 미만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그곳에서 일하는 800만명 근로자의 일자리에 미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오히려 노동자에 해롭다는 주장이다.

자영업자들까지 내세우며 법 적용이 이르다고 강조했다. “상시근로자가 5명 이상인 동네 음식점이나 빵집 사장님도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대상이 되고, 건설현장은 공사금액의 제한이 없어져 사실상 모든 건설현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된다“며 “대기업도 어려워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영세 자영업자인 동네 개인사업주나 소액 건설현장이 구축하고, 안전 인력이나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노동부의 산재 예방 및 감독기능이 약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이들은 “조직·인력 등 한정된 행정 인프라 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 2배 이상 급증할 경우 노동부의 행정 역량이 수사에 치우쳐 산업재해 예방이나 감독 기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중소기업의 경영과 노동자의 안전이 마치 상호 배치되는 가치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중소기업의 폐업을 가져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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