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L-ESG평가연구원 출범 기념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동 관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ESG)를 본격적으로 연구·평가할 L-ESG평가연구원(이사장 송경용)이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L-ESG평가연구원이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L-ESG평가연구원 출범식 및 기념 토론회’에서는 기후위기·산업전환 등 거대한 변화 속에서 기업은 물론 노조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ESG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우원식·김영배·이해식·김성환·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매일노동뉴스·오마이뉴스가 후원했다.

송경용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ESG는 제안 배경이 어떻든 이제는 ‘거대한 전환’을 ‘정의로운 전환’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추구해야 할 실천적 이론이자 방법론이 됐다”며 “노동 역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배·양정숙 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축사를 나눴다.

“L-ESG 추진 위해 노사정 역할 중요”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장(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은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 ESG 논의는 E와 G에 비해 S, 그중 노동을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ESG와 노동의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ESG 개념과 평가체계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ESG 논의를 새로운 경영담론이나 투자지침 정도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규범으로 임박한 지구 위기에 대응하는 필수적 과제로 제기된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노동 관점 ESG 평가기준과 틀을 국제 노동가치 지표에 근거해 구축하고 세부 평가지표를 재구성할 것”이라며 “한국 ESG 논의에서 노동 관점이 경시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L-ESG가 어떤 개념과 의미인지,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표는 이미 많이 개발돼 있는데 여기에 노동을 넣어 쓸 때 어떤 내용을 강조할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L-ESG를 추진하려면 노사정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기업이 L-ESG를 하고 싶게 어떻게 설득할지, 노조가 ESG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L-ESG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도 적지 않다”고 제시했다.

“ESG 정책 과정에 노조 참여 보장해야”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박승흡 L-ESG평가연구원 상임이사(매일노동뉴스 회장)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도 L-ESG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이주호 전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한국 노동운동은 중앙단위의 지나친 이념화와 현장단위의 지나친 실리주의 사이 빈 공간이 많다”며 “빈칸을 채우는 의제로 노사 자치주의 복원과 함께 ESG가 주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국가 및 기업 차원의 ESG 관련 정책의 수립과 추진 과정에 노조의 참여를 보장하고, 국가와 산업, 기업 차원에서 ESG 내재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요구된다”며 “평가와 점검 과정에도 노조의 참여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혜선 한보총 회장(가톨릭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K-ESG 평가지표를 보면 산업안전 부분은 아예 빠졌다”며 “L-ESG평가연구원이 평가지표를 만들 때 산업안전은 물론 보건까지 포함하고, 반드시 전문가가 참여해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형욱 태평양법무법인 경제고문은 “노조에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며 “노조에서 L-ESG를 계기로 사회연대 세력을 넓혀서 소통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영태 한국경총 사회고용정책본부장은 “노조의 ESG 참여는 좋고, 기업도 열려 있다”며 “노조가 ESG에 참여한다면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에 대해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길 고용노동부 노사협력관은 “ESG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국제적으로도 노동 관련한 논의가 늦어진다”며 “노사 공동 기반이 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L-ESG평가연구원이 역할을 잘 수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