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지부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지부

공공직업훈련을 책임지던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이 민영화된 지 올해로 24년째다. 사용자 수요 맞춤 직업훈련을 통해 취업자를 양산한다는 본래 취지는 잃은 지 오래다. 운영 기준이 ‘수익’이 되면서 직업훈련 공공성은 무너졌고, 민간에 맡겨진 수천억대 국가 자산은 매각 위기에 처했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 대한상의인력개발지부(위원장 안병호)는 최근 이러한 위기가 가속화했다며, 그 중심에 김아무개 사업단장이 있다고 지목했다. 노조는 김 단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민영화 이후 재정위기 가속화

사업단의 민영화 역사는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된다. 정부는 1994년 3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 중인 8개 공동직업훈련원을 대한상의로 이관하고 공공훈련기관으로 지정했다. 완전한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 시절 2010년 8월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현 국민 평생 직업능력 개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뤄졌다.

대한상의와 연계를 통해 교육훈련 시스템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그러나 대한상의는 국가에서 직업훈련 인프라와 수천억원의 자산을 넘겨받았음에도 별도의 지원을 하지 않았다. 사업단 내부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을 꾸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 위기는 가속화됐다. 민영화 이후 2년 양성교육 과정이 1년 미만 단기 과정으로 전환되면서 교육훈련 질은 떨어지고 중도 포기 교육생들은 늘어났다. 경영 악화를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서비스 사업을 도맡아야 했다.

민간에 맡겨진 수천억원 국가자산

사업단은 재정난을 해결하겠다며 수찬억원 규모의 지역 인력개발원들을 처분하고 있다. 산업인력개발공단이 대한상의에 2020년 처분권을 넘기면서 가능해졌다. 강원·충북개발원은 2020년 매각됐다. 부산·인천·광주개발원은 2021년 2월부터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기준 없는 졸속 매각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부산개발원이 대표적이다. 사업단은 전문기관을 통해 매각하라는 외부 혁신보고서 권고를 외면한 채 자체적으로 매각을 추진했다. 매각 계약이 완료되기 전 도심으로 이사부터 갔다. 하지만 계약이 불발되면서 2년 가까이 건물을 비워 둔 채 연 4억원 규모의 월세를 내고 있다.

인천·광주개발원 역시 매각 절차가 순조롭지 않다. 인천의 경우 운영비를 줄이겠다며 기숙사와 식당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관공서와 진행했던 강원·충북개발원 매각이 수월했던 점만 믿고 있었던 것 같다”며 “빠른 매각만 매달리다 수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업훈련 수업과 수강생도 줄었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은 대규모 개발원을 비워 놓고 좁은 도심 건물로 이사하면서 제조업 훈련에 필요한 설비들을 대부분 놓고 왔다. 과목이 대폭 줄고 교수들도 3분의 1이 떠났다”며 “도심으로 이사왔어도 기숙사와 식당이 사라지자 수강생 모집이 어렵다”고 말했다.

돈 되는 직업훈련만 한다?

직업훈련이 경영논리에 맞춰 설계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국가기간산업 등 전통직종 훈련 사업 비율은 30%로 줄고 첨단산업 직종은 70%로 급격히 늘었다. 산업 변화에 따른 직업훈련 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산업 균형이 맞지 않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지부 관계자는 “디지털훈련의 경우 교육비가 전통직종보다 2배 많다.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돈이 되는 디지털훈련만 확대한 것”이라며 “전통직종 훈련생은 생계형 기능직을 원한다. 돈이 안 된다고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건 설립 목적을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직종 사업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고용불안도 발생했다. 전통직종 담당 교수들이 무더기로 퇴직하는 추세에, 사측이 정년을 앞둔 일부 교수들 퇴직을 유도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단장의 권력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이 배경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단장은 2022년 초 취업규칙을 변경해 서울 본부와 대등한 관계였던 각 지역 개발원을 본부 소속기관으로 뒀다.

노조 관계자는 “단장이 원장들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 디지털훈련을 늘리라고 하면 늘릴 수밖에 없다”며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업 운영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노동부 인사 정년 맞추기 그만”

노조는 일련의 사건들은 김 단장이 2021년 초 취임한 이후 발생했다고 전했다. 김 단장에게는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 단장 임기는 2월 종료되지만 김 단장이 1년 연임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지부 관계자는 “정년을 앞둔 고용노동부 출신 인사들이 역대 단장을 역임했다”며 “김 단장 임기는 끝났으나 정년까지 1년 남았으니 정년을 채우고 가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 앞에서 김 단장 사퇴 촉구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김 단장은 100억원대 규모의 적자를 지난해 3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 경영 실패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첨단훈련 사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모두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업단장 임기는 대한상의 인사권자에 의해 결정된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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