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노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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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든 노동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려는 정부, 여기에 더해 파견허용업종 확대와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을 추가로 요구하는 재계, 이런 정부·재계의 합동 공세에 저항하는 노동계. 23일 한국공인노무사회가 주최한 ‘2024년 노사관계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 참석한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의 발표는 이 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공인노무사회는 노동·노사관계 환경을 전망하고, 이에 따라 불거질 노동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초 노사정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세미나는 전문가와 노동부가 노사관계 과제를 위주로 발표하고, 노사 관계자들이 올해 노사관계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토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노동시간 유연화 앞세운 정부발 노동정책 재편 올해도 계속

첫 발제를 맡은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노사에 주어진 과제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기후위기, 인공지능 대응 세 가지로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개별 기업이 정한 임금체계에 따라 급여를 지급할 뿐 노동에 대한 객관적인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사회 전체, 적어도 특정 산업이나 업종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지역별 교섭 등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와 단체협약 적용범위 확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해 노조도 초기업 교섭을 통한 직무급 실현을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산업전환·고용조정이라는 사회적 위험을 회피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 당사자인 노동자 등을 포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노동시장의 격변도 전망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있고, 반대로 일자리가 소멸할 수도 있다. 창출 규모가 클지, 소멸 속도가 빠를지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많은 직업에서 기술 변화가 이뤄질 것은 자명하다. 노동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숙련·교육’의 문제가 대두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번째 발제에서 고령자 계속고용, 노동시장 이중구조, 노사관계 법·제도 모호성 해소, 노사법치와 임금체불, 산업안전 법·제도 실효성 제고를 올해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을 설계한 학자 중 하나로 꼽힌다. 권 교수는 “고령자 계속고용은 방법의 문제일 뿐 모두가 수용하는 의제이기에 일할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잘 풀어나가야 한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고용형태가 아니라 노력한 만큼, 위험한 만큼, 힘든 만큼, 거둔 성과만큼 이익이 배분되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상임금 갈등, 특수고용직의 근로자성 판단 논란, 연장근로시간 산정방식 등 노사 갈등이 불거지는 의제를 지목한 그는 “노사관계 법·제도의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사 간 합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법률이 정한 기준을 밑도는 합의는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파견 확대’ 등 추가 요구
노동계 관심은 ‘저출생·기후위기’

세 번째 주제 발제를 한 배영일 고용노동부 노사관계지원과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의 해결책 중 하나로 직무·성과급제 확대를 지목했다. 민간 영역에서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도록 세제지원 등 지원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동 3권을 침해하거나 사업주가 노조에 불법 운영비를 원조하는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기획감독을 하겠다”고도 말했다.

노사 관계자가 발언한 토론에서는 노동현안을 바라보는 노사의 현격한 시각차만 재확인됐다. 황용연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책으로 직무·성과급제 도입을 말하는 정부 정책방향에 동의했다. 여기에 더해 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장의 고용 경직성을 완화하고 도급·파견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와 노조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등 노조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대항권을 기업에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노동정책을 설계하기 위해 미래시장연구회가 2022년 12월 내놓은 권고에 담긴 내용과 판박이다.

양대 노총은 산업전환과 기후위기, 노동기본권 확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취약계층 보호방안 마련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올해도 정부는 임금체계 개편과 장시간 노동 확대, 노조 때리기 등의 정책을 또다시 추진할 것이고 노동계와 갈등이 예상된다”며 “나라 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저출생·고령사회 문제, 청년 일자리, 노동권 사각지대 문제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노동개혁은 적정 노동시간과 건강권 보장,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 초기업 교섭 활성화 제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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