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29일 강동구 성내3구역 문화공원 건설현장에서 김아무개(43)씨가 추락사했다. 사고현장의 모습. <국토교통부>

지난해 12월29일 밤 10시 서울시 강동구 성내3구역 문화공원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김아무개(43)씨가 사망했다. 절단공인 김씨는 현장에 설치된 기존의 콘크리트 토류벽(CIP)을 절단하는 작업을 하던 도중 와이어쏘 날이 끊어져 작업 중인 콘크리트 토류벽 뒤쪽으로 와이어 확인과 교체작업 중 개구부로 추락해 사망했다. 10미터 이상 높이에서 추락한 김씨는 신고로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구조돼 강동성심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알려지지 않은 사건, 유족 호소에 비로소 공개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공사는 공사금액 45억원 규모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사건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서울동부지청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에 해당하지만 공사금액이 기준에 이르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만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알려지지 않다가 사고가 난 건설현장 입구에 김씨의 어머니가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걸개가 걸리면서 공개됐다. 걸개에는 “건설 하청업체 근로자의 목숨은 (목숨이) 아닙니다” “2023년 12월29일 홀어머니를 부양하느라 장가도 못 간 43(세)의 성실한 효자아들은 이 공원 공사현장에서 너무나 어이없게 추락사하였습니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 억울함이 없도록 추락사유에 대한 경찰, 검찰 및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과실 있는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바람은 그러나 현실이 되긴 어렵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이 2022년 정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양형기준을 보면 산업안전보건법(사망)과 업무상과실치사가 인정될 때 법정형은 징역 1월 이상 7년 이하로 벌금은 1억원 이하다. 이와 달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으면 징역 1년 이상 30년 이하에, 벌금 10억원 이하다. 고작 공사금액 5억원이 빚은 격차는 상당하다.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양형기준 천양지차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는 사용자쪽의 대응 수준을 가른다. 이환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조항이 강화됨에 따라 사용자쪽이 사고조사나 보상, 안전관리에 임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매일노동뉴스는 김씨 유족과 접촉하기 위해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고 건설현장 시공사인 큰빛종합건설㈜은 “담당자가 없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그러나 건설허가를 내준 강동구청쪽은 “큰빛종합건설이 시공사로 사고조사를 받고 담당자가 유족과도 보상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노동자 50명 미만 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도 이달 27일부터 전면적용된다. 정부·여당과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매일노동뉴스가 국토교통부의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건설현장 사망사고 15건 중 8건이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양대 노총은 지난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한 지난 2년간 중소기업이 산업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을 했다면 볼멘소리(적용유예 요구)는 없었을 것”이라며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즉시 적용하고 적극적으로 실효성 있는 중소·영세기업 산업안전보건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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