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021년 역사적인 9·2 노정합의를 이뤄 냈고, 2022년 (산별노조로 사상 첫) 정책대회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19년 만에 산별총파업을 했어요. 뒤를 따라가는 사람으로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죠.”

이달 1일 임기를 시작한 최희선(53·사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역사적’ ‘사상 첫’ 같은 수식어가 붙는 전임 집행부의 성과를 나열하며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지난해 산별노조로 전환한 지 25주년을 맞은 보건의료노조는 ‘1세대 활동가’들이 지난달 정년퇴임하며 세대교체에 따른 변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 위원장은 그간 제도개선과 미래전략 구상에 힘을 쏟는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조직의 내실을 다져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바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여개 전 지부 순회를 공약으로 제시한 배경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최희선 위원장을 만나 당선 소감과 향후 포부에 대해 들었다. 1995년 가톨릭대 성모병원 간호사로 입사한 그는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지부장(2013~2017년)과 노조 서울본부장(2018~2023년)을 역임했다.

첫째도 현장, 둘째도 현장
“임기 동안 202개 지부 순회할 것”

- 당선 이후 “현장과 함께 호흡하며 현장 조직을 바로 세우는 일에 매진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후보 시절부터 현장을 거듭 강조했는데 그 이유는.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산별노조로 전환한 지 26주년인데 급속하게 양적 성장을 해 오면서 현장과 중앙이 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중앙에서는 할 일이 많으니까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데 현장 조직력은 조금 약화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조합원 규모가 기존보다 줄어들었다거나, 복수노조가 생겨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잃게 됐다거나 하는 식이다. 현장을 꼼꼼히 챙기고 조직의 내실을 다지며 질적 도약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현장 조직이 강화돼야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을 돌파할 수 있는 힘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 ‘3년간 200여개 지부를 직접 순회’하겠다는 공약도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건가.

“지부장이나 전임 간부들은 각종 회의나 교육을 통해 중앙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현장 간부나 대의원은 중앙과 소통할 기회가 없다.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 하루에 한 지역을 돌았는데, 그 지역에서 7개 지부를 순회했다. ‘하루에 7개도 가능한데 임기 동안 전체 지부를 순회하는 게 왜 안 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만난 조합원들이 노조에 대한 기대도 많았고, 많이 반겨 주기도 했다. 직접 조합원을 만나 현장의 고충도 듣고, 산별노조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설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공약만큼은 꼭 지킬 것이다.”

- ‘보건의료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간호사 인력기준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도 (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간호사 1명당 환자수를 5명으로 낮추도록 간호인력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기준(1 대 5)이 실질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간호인력 말고 다른 직종에 대해서도 인력기준이 필요하다. 9·2 노정합의 당시 간호인력 포함 6개 직종(간호조무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에 대한 적정인력 기준 마련을 합의했고 현재 직무분석 연구까지 완료한 상태다. 연구는 마쳤는데 (정부에서) 기준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노조는 내부적으로 각 직종과 간담회를 통해 내부안을 마련해 이를 토대로 복지부와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병원 규모에 따라, 환자수나 중증도에 따라 인력기준을 다르게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준선 될 산별 최저임금,
 적정임금 보장할 산별 표준임금체계 마련 준비

- 올해 산별노조 전환 26주년이지만 여전히 중앙교섭에 대형병원이 참여하지 않는 것을 비롯해 여러 한계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산별노조 정상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이 교섭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조건이 언젠가는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조와 협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 지난해 산별교섭 제도화를 위해 5만 입법청원을 달성했지만 국회 통과까지 이뤄지진 못했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 그뿐 아니라 노조가 전체 보건의료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산별 최저임금, 산별 표준임금체계, 산별 표준노동조건협약 마련도 준비하고 있다.”

- 산별 최저임금과 산별 표준임금체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병원 규모와 특성별로 임금 격차가 크고, 의사와 보건의료 노동자 간 임금 격차도 상당하다. 때문에 적어도 ‘이 이하로는 안 된다’는 기준선이 될 산별 최저임금을 정하고, 보건의료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보장하는 적정 임금체계도 마련하자는 것이다. 노조 단체협약위원회에서 표준 단협안도 외국 사례를 비교·분석해 준비하고 있다. 표준임금체계는 연구를 진행해 막바지 작업 중이다.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표준임금체계 연구 결과를 간략히 발표하고, 추후에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쟁점화할 계획이다. 올해 산별교섭에서 산별 표준임금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사공동 준비팀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다.”

미화노동자 공동교섭 추진
“내부 조직확대 심혈 기울일 것”

- 미화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새봄지부 공동교섭’도 공약에 포함돼 있는데,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예를 들어 한 병원에 미화노동자들이 다 간접고용인데 동관·서관 등 건물에 따라 소속된 회사가 다를 뿐만 아니라 한 건물 안에서도 각기 다른 회사에 고용돼 있다. 2·3층은 A회사, 3·4층은 B회사 이런 식이다. 각 회사는 입찰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경쟁이 심화되고 이 과정에서 노동조건이나 처우는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각 지부별로 대응하기보다 한 병원에 여러 용역업체를 묶어서 공동교섭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고, 또 다른 방법은 A회사가 고대안암병원에도 있고 이대서울병원에도 있다고 하면 A용역업체를 대상으로 공동교섭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데부터 추진하려고 한다.”

- ‘20만 노조를 위한 공세적인 조직확대’를 위한 계획은.

“우선 내실화를 위해 조직 규모가 줄어든 소수 지부나 복수노조 사업장에 대해 특별 조직강화활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간접고용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과 공공병원 조직화에도 힘쓸 것이다. 노조 조합원이 8만5천명 정도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한국노총 의료노련까지 포함해도 전체 100만 보건의료 노동자의 10%만 조직된 상태다. 90%가 조직화 대상으로 남아 있는 거다. 이번에 조직실을 강화한 만큼 내부 조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중소 병원·의원 노동자 개별조직화도 전략조직사업으로 펼쳐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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