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현대자동차지부

자동차산업의 미래차 전환을 위한 정부 정책이 분기점에 놓였다. 고용노동부가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사 상생협약을 추진하는 사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를 통과한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미래차 특별법)을 근거로 제도화 작업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래차 특별법 7월 시행, 하위법령 ‘미비’

2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산자부는 19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 만나 미래차 특별법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영호 산자부 자동차과장과 이동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이 참석했다. 산자부측은 “미래차 특별법 시행 전까지 자동차산업을 위해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듣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부는 “미래차 전환에서 한국지엠 같은 완성차와 한국지엠 공급사슬을 이루는 부품사 노동자 간 긴밀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며 “외국기업인 지엠에 공동대응하고, 부품사의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연석회의를 강화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대응은 국제적으로도 일반적이다. 다양한 부품이 결합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공급사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차 전환 국면에서 부품사들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공급사슬 내 협력대응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미래차 특별법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률은 부품산업 생태계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산자부 장관 소속으로 부품산업 생태계 활성화 전략회의를 설치하는 게 뼈대다. 부품사의 미래차 전환사업에 대한 현금지원 가능성도 열렸다. 이와 함께 미래차 부품산업 협의체도 둘 수 있도록 했고, 미래차 부품기업 전환 촉진을 위한 협력모델 구축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골격만 갖췄을 뿐 내용은 비어있다는 평가다. 시행령과 시행세칙 등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7월까지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계획 수립 준비에 나서면 내년에야 5개년 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를 통과한 것은 지난달이지만, 이미 국회에서 1년가량 계류했고, 지난해 2월 정부·여당이 미래차 특별법 제정 추진 합의에도 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다른 갈래는 노동부의 상생협약이다. 당초 노동부 상생협약은 조선업 하청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으로 입안됐다. 노동부는 이후 지난해 9월 석유화학업계에 상생협약을 이식했고, 11월에는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확대했다. 하청노동자 처우개선에 무게를 둔 것은 같지만 자동차산업의 상생협약에서는 협력업체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산업전환을 염두에 둔 대목이다. 노동부 상생협약은 산자부의 미래차 특별법과 달리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표현 그대로 ‘자율협약’이라 지속해서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제기된다. 실제 첫 사례인 조선업 상생협약은 지난해 3월 추진된 뒤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종합하면 산자부의 미래차 특별법은 법적 근거와 제도적 구속력이 담보됐지만 정작 정부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노동부의 자동차산업 상생협약은 1개 부처의 사업이라는 한계와 실효성을 극복 과제로 둔 셈이다.

노동부 ‘대표상품’ 상생협약 노동자 배제·실효성 담보 과제

이런 상황에서 지부가 미래차 특별법 제정에 대응해 정부와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 주목된다. 김웅헌 지부 대외협력부장은 “새 집행부가 꾸려지면서 한국지엠 공급사슬에 있는 협력사 노동자들과 함께 산업전환에 대응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지부 차원에서 협력사노조·미조직 노동자와 연석회의를 함께 하면서 정부가 원·하청 경영진만 만나지 말고 노동자의 의견을 듣도록 활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경합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자율협약인 노동부 상생협약이 자동차산업 핵심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하고 있어 내용이나 속도가 앞설 수 있지만 제도적 안정성은 미래차 특별법이 월등하다”며 “고용과 인적자원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부와 산업과 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산자부가 서로 다른 만큼 두 정책이 경쟁보다 협력관계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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