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언젠가 방송 일 하는 노동자가 눈 많이 오던 날 밖에서 카메라 돌기를 기다리느라 눈사람이 됐던 일이 화제가 됐다. 마트 일 하는 노동자가 눈 쏟아지던 날, 부당한 정책을 규탄하느라 눈사람이 되는 일은 좀처럼 화제가 되질 않는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다. 꼼짝않고 서야 했던 사람들은 젖은 바닥에 앉지 않았던 걸 다행으로 여겼다. 언제나처럼 할 말이 많았다. 굵고 짧은 발언은 사회자 요청 속에만 존재했다. 사람 크기 눈사람이 줄줄이 섰다. 종종 외치는 구호 따라 하얀 입김 뻗었다. 주먹 뻗는 동작 맞춰 어깨에 쌓인 눈이 튀었다. 노조 소식 전하려 마주 섰던 이의 머리칼에도 함박눈이 소복하게 쌓여간다. 발언 받아치고 사진 찍느라 바쁜 맨손이 차츰 붉었다. 별일도 아니었다. 길에 나선 사람들의 흔한 일상이다. 다만 화제가 되지 못해 낯선 장면이다. 카메라는 낯선 장면에 반응하기 마련이니, 고된 일만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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