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실제 사업주인 지인을 대신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며 보수 지급을 피하려 한 업자에 대해 대법원이 실질적인 계약 당사자라며 임금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2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타일시공업자 A씨와 B씨가 실내인테리어 업체 대표 C씨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와 B씨는 2017년 11월 대전 유성구의 한 인테리어공사 현장을 방문해 타일시공을 맡기로 했다. C씨는 A씨가 가져온 근로계약서 양식에 맞춰 보수 총 400만원의 ‘타일 임금(근로계약) 확인서’를 작성해 줬다. 확인서에는 노동자 대표로 A씨 이름만 기재됐다.

타일시공 책임자인 A씨는 일당 25만원, 기술자인 B씨는 일당 20만원을 각각 받기로 했다. C씨는 A씨 등에게 작업할 타일 색깔과 시공위치를 지정해 지시했다. 그러나 A씨 등은 이틀만 출근하고 타일시공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치 임금을 받지 못하자 A씨 등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C씨는 “지인 D씨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현장에 방문했다가 D씨 부탁으로 근로계약 확인서를 작성해 줬을 뿐”이라며 “D씨가 설비공사업자에게 타일공사를 포함한 공사비용을 모두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1·2심은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타일공사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와 관계없이 B씨가 사용자로 근로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D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며 근로계약 확인서를 작성할 당시에도 D와 연락한 바 없다”고 판시했다.

C씨의 법정진술도 영향을 미쳤다. C씨는 당사자 신문에서 “D씨와 막역한 사이인데 저거(근로계약 확인서) 하나 책임지는 게 두려워서 하나 못 써주나는 생각에 본인 이름을 기재했다”고 밝혔다. 설비공사업자도 “B씨가 맨날 현장에 있었다”며 B씨가 현장 총관리자였다고 증언했다.

D씨가 설비공사업자에게 공사비용을 지급해 자신은 임금을 줄 의무가 없다는 C씨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설비공사업자가 원고들을 소개한 사정 때문에 D씨를 통해 타일공사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인정될 뿐”이라며 “이로 인해 피고의 임금지급 의무가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라며 A씨 등에게 이틀 치 일당 각각 50만원, 4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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